모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힐링소설을 만나보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특별한 장소와
특별한 만남이 예측되는 이 곳.
‘공방’이라는 곳을 오고가며
회원들마다의 다양한 사연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게 되는 이 장소만의 특별함이 그것이다.
방송작가인 정민이 어느 날
우울증과 난독증을 겪게 되면서
작가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서 이 일을 그만 두게 된다.
절망감과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은
깊은 은둔생활로 이어지고 동굴 속에서 나올 힘을 잃고 외톨이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골목의 도예 공방 소요를
우연히 찾게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게 된다.
공방 주인과의 따뜻한 차 한잔과
온기 넘치는 대화는 독자인 나에게도 쉼을 느끼게 해준다.
한참 전이지만 나에게도 개인적으로 많이 지쳐있을 때
도예공방은 아니지만 목공방에서 나무를 만지며
삶의 원기를 회복했던 때가 떠올랐다.
어쩌면 정민처럼 깊은 한 숨과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싫어
매일 방 안에서 모든 걸 도피하고 싶어했었던 것 같다.
별 것 아니지만 몸을 일으켜 밖을 나와
사람을 만나고 손을 움직여 작은 작품 하나에
내 마음을 담는 일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일을 경험한 나에겐
이 책의 허구적 소설에 지나치지 않겠지만
현실속에서 있는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흙은 틀려도 된다는 걸 알았기에 정민은 혼자 작업하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았다.
전문각가 아니니 선생님처럼 멋진 도자기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흙을 빚다’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흙을 만지다’가 어울릴 정도로만 작업하면 됐다.
그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인 그릇이면 충분했다.
p30
정민의 부엌에는 이제 그릇이 세 개가 되었다.
그중 한 개에는 뒷면에 금이 가 있었다.
굽고 보니 깨져 있어 폐기한 그릇도 두개나 되었다.
첫 접시가 깨지지 않은 건 그야말로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정민은 자신이 초보자라서 좋았다.
하루하루 흙을 만지는 감각이 예민해지고 흙과 더 친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숙련자라면 느끼지 못할 산뜻한 즐거움이었다.
p72
”도자기를 굽는 건 마음을 굽는 것과 같아요.
뭉툭하고 못생긴 흙을 손으로 다듬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수록 예뻐지고 소중해지죠.
꺼내 보기도 싫은 못난 마음도 계속 시선을 주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이잖아요.
미움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 안에 애정과 연민…..
다양한 감정이 꾸깃꾸깃 숨어있어요.
그러면 그 못난 마음도 소중해지는 순간이 와요.“
p212
시간이 갈수록 흙을 빚는 것에 익숙해지고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민이 마음을 추스려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내가 너무 생각이 나서 말이다.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의 접근성이 참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공방 회원간의 소통과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린 어쩌면 함께 연대되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싶다.
홀로 깊은 어둠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가장 가깝게 손내밀어 줄 수 있는
온기를 찾아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길 응원해본다.
소요공방에서 아픔을 나눌 수 있었던 특별한 만남과 장소가
우리의 주변에도 분명 있을거란 기대와
여전히 상처를 나누고 보듬어 줄
사람과 사람과의 연대를 희망하게 되는 건
나 역시 위로가 필요한 어른이니까.
따뜻한 쉼을 공방 속 이야기와 함께 나누어 보시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