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계절
연소민 지음 / 모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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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힐링소설을 만나보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특별한 장소와

특별한 만남이 예측되는 이 곳.

‘공방’이라는 곳을 오고가며

회원들마다의 다양한 사연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게 되는 이 장소만의 특별함이 그것이다.

방송작가인 정민이 어느 날

우울증과 난독증을 겪게 되면서

작가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서 이 일을 그만 두게 된다.

절망감과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은

깊은 은둔생활로 이어지고 동굴 속에서 나올 힘을 잃고 외톨이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골목의 도예 공방 소요를

우연히 찾게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게 된다.

공방 주인과의 따뜻한 차 한잔과

온기 넘치는 대화는 독자인 나에게도 쉼을 느끼게 해준다.

한참 전이지만 나에게도 개인적으로 많이 지쳐있을 때

도예공방은 아니지만 목공방에서 나무를 만지며

삶의 원기를 회복했던 때가 떠올랐다.

어쩌면 정민처럼 깊은 한 숨과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싫어

매일 방 안에서 모든 걸 도피하고 싶어했었던 것 같다.

별 것 아니지만 몸을 일으켜 밖을 나와

사람을 만나고 손을 움직여 작은 작품 하나에

내 마음을 담는 일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일을 경험한 나에겐

이 책의 허구적 소설에 지나치지 않겠지만

현실속에서 있는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흙은 틀려도 된다는 걸 알았기에 정민은 혼자 작업하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았다.

전문각가 아니니 선생님처럼 멋진 도자기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흙을 빚다’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흙을 만지다’가 어울릴 정도로만 작업하면 됐다.

그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인 그릇이면 충분했다.

p30

정민의 부엌에는 이제 그릇이 세 개가 되었다.

그중 한 개에는 뒷면에 금이 가 있었다.

굽고 보니 깨져 있어 폐기한 그릇도 두개나 되었다.

첫 접시가 깨지지 않은 건 그야말로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정민은 자신이 초보자라서 좋았다.

하루하루 흙을 만지는 감각이 예민해지고 흙과 더 친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숙련자라면 느끼지 못할 산뜻한 즐거움이었다.

p72

”도자기를 굽는 건 마음을 굽는 것과 같아요.

뭉툭하고 못생긴 흙을 손으로 다듬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수록 예뻐지고 소중해지죠.

꺼내 보기도 싫은 못난 마음도 계속 시선을 주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이잖아요.

미움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 안에 애정과 연민…..

다양한 감정이 꾸깃꾸깃 숨어있어요.

그러면 그 못난 마음도 소중해지는 순간이 와요.“

p212

시간이 갈수록 흙을 빚는 것에 익숙해지고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민이 마음을 추스려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내가 너무 생각이 나서 말이다.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의 접근성이 참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공방 회원간의 소통과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린 어쩌면 함께 연대되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싶다.

홀로 깊은 어둠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가장 가깝게 손내밀어 줄 수 있는

온기를 찾아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길 응원해본다.

소요공방에서 아픔을 나눌 수 있었던 특별한 만남과 장소가

우리의 주변에도 분명 있을거란 기대와

여전히 상처를 나누고 보듬어 줄

사람과 사람과의 연대를 희망하게 되는 건

나 역시 위로가 필요한 어른이니까.

따뜻한 쉼을 공방 속 이야기와 함께 나누어 보시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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