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젊은 주부들에게 바칩니다.“
183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일라이저 액턴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 책은 사실 기반의 픽션이자
현대 레시피북의 시초를 탄생시킨 시인이자
작가인 현대 요리책 작가로의 일라이저를 만나볼 수 있다.
시인으로서 활동하고자 꿈꿨던 일라이저에게
출판사에선 도리어 시보다도 요리책 집필을 권유한다.
시는 여성의 영역이 아님을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
당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여성은 지적,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컸으므로
요리책 제안이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영국 여자들은 요리를 할 줄 모르지요.
여기 숙녀들은 그림을 예쁘게 그리거나 연주하거나, 내 모국어를 말하는 법은 배워도 요리는 안 배우거든요.”
“영국 음식은 아주 형편없습니다. 런던 신사들이 선술집과 식당과 고기 전문점에서 식사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먹을 만한 음식은 오로지 프랑스인 셰프들만 만들거든요.
우린 예술가입니다. 예술가!”
p268-269
“영국인들은 소스가 하나뿐이지요. 버터. 늘 버터죠.
하지만 저는 다양한 소스를 갖고 있습니다.
각각의 소스는 시간을 멈추고, 그리하여 먹는 사람은 한순간 몸과 영혼 속에서 진정으로 살지요.”
p288
손바닥에 <가정 요리>를 올리고, 내 책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상상을 한다.
어머니에게서 딸에게, 이웃에게 자매에게, 친구에게서 친구로.
한가지는 확실하다. 레시피들이 말을 한다는 점. 거기에는 나름의 언어가 담겨 있다.
p417
당시 요리를 하지 않던 영국 귀족 여성들에게
요리책을 접하게 만들기란 어려움이 많았고
레시피북 또한 보완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하녀 앤 커비의 도움으로 요리책 집필에 좋은 영감들을 얻게 되어
새로운 레시피북이 탄생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다양한 레시피와
색다른 요리 방식으로 테스트를 거듭하며
앤과 가까운 관계를 이어가며 둘만의 우정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주고받는 대화처럼 느껴지는 책의 흐름을
호흡으로 이어갈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엄격한 시험을 거친정확하고도 간결한 레시피.
보통의 주부들이 어려움 없이 요리할 수 있는 조리법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단순히 훌륭함을 넘어 성스럽다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완벽한 맛과 조화를 이루는 음식의 하모니가
다양한 메뉴들에 담겨있다는 생각에
나또한 요리를 맛보고 즐기고 싶어 당장이라도 조리대 위에서 칼질을 하고 싶어진다.
텍스테에 고스란히 담긴
잘 차려진 식탁 위로 풍미 가득한 음식과
다양한 식기들이 그려져있음을 글로만 읽어내야 하는 것이 참 아쉬웠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앤과 일라이저의
가슴 따뜻한 연대기를 살펴보면서
둘의 호흡만큼이나 완벽한 페어링을 구사한
요리책의 완성은 두 사람의 우정 어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들의 열정만큼이나 완벽한 요리의 즐거움과
매혹적인 음식의 향연에 잠시 정신이 아찔해진다.
TV 드라마 제작 확정이라니 이또한 기대해보며
미스 일라이저의 조리대 위에서 만들어지는
미식의 세계와 탐구, 꿈과 희망이 듬뿍 담긴 삶의 이야기에
흥미롭게 살펴볼 준비가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