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만나보게 된 박서련 저자의 신작 장편 소설에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SF라는 장르 소설을 낯설어하는데는
자주 접할 기회가 적어서이기도 했지만
모처럼 매력적인 우람이란 캐릭터에 푹 빠져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2037년을 배경으로 로봇화가 자리잡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생 우람이란 주인공은 천재 공학도로 불리운다.
이란성 쌍둥이 오빠인 보람이 있는데
우람은 오빠의 이름을 빌려 거대한 로봇 브이에 탑승할
파일럿을 뽑는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이 오디션은 참가자 조건 중 하나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조금 불편한 시선으로 봐라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우승한 후에는 필연적으로 본명과 성별을 밝혀야 한다는 사실 또한
우람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등 쓸데없는 성별 규정 같은 걸 도대체 누가, 왜 만든 걸까.
어떤 원시인이 로봇 파일럿이 남자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한 걸까.
아무리 고심해도 결론은 같았다.
우람은 내심 각오하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할 텐데, 그러면 모든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는 것.
그로 인해 기껏 쟁취한 파일럿 자리를 반납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람의 우승은 남자만이 거대기체 조종석에 탈 수 있다는
한심한 발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증거가 될 터였다.
p139
자격이 없는 것을 알고도 출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원래 내 것이어야 할 자리를 내가 차지하겠다는데 그게 그리 대단한 도전인가.
그렇게 나쁜 일인가.
무슨 크나큰 죄라도 되는 양 굳이 ‘결격사유’로 정의해야 하는가,
실력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나의 성별을.
p215
12만 명의 지원자 중 100명의 본선 진출자 중 본선 진출 1위를
당당히 거머쥔 우람.
최종 우승자의 영광을 향해
이를 악물고 달려가긴 하지만
끝까지 오디션의 긴 여정을
자신이 여성임을 숨긴채 긴박함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다 쏟는 우람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조건이 완벽한 파일럿을 선발하는 기준이
남성이어야 하는 전제조건은 그야말로 씁쓸함을 던진다.
차별적 조건 속에서 공평하게 겨두고 싶었던 우람의 마음이 전해지니
읽는 내내 오디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열정과 마음을 다 쏟아내는 그녀를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최후의 3인으로 오르기까지도 얼마나 마음을 조리게 되는지 모른다.
우람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면서
끝까지 책과 호흡하며
여러 갈등과 위기 상황속에서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뛰어난 의지력과
독보적인 전문성을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좀 더 공정하게 심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확장된 세계 안에서 맘껏 자유로워지길 희망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엔
공정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얽힌 실타래가 풀린 상태로 거리낄 것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담담히 책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