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삶에 밀접해 있고 기분을 대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매일 먹는 밥상에서 자주 위로를 얻는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서
그릇 안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와 마음들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좋은 레시피를 공유받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직접 따라 조리해 볼 생각에 들뜨기도 한다.
대단히 화려한 밥상이 아닐지라도
그 안에 담긴 찐 사람내음이 좋아서
글과 요리가 잘 찰떡인 완벽한 페어링을 이루는 듯하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는 고구마 밥상이 나온다.
가난한 시인의 아내는 집에 쌀이 떨어지자 고구마로 그날의 끼니를 만든다.
그러면서 이런 가난한 시간도 있어야 나중에 얘깃거리가 생긴다면서
무안해 하는 남편을 위로한다.
마음 쓸쓸하지만 두 사람에게 먼 훗날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면 현재도 행복할 것이다.
p51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요리 중 ‘고구마 빠스’는 단연코 1위다.
달콤 찐득한 고구마 빠스는 가끔 즐겨먹는 간식거리인데
은근히 시럽이 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하기에
생각보다 간단한 건 아니다.
군고구마만큼 맛있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마다 박스 채로 여러 번 구입해 먹는다.
요즘은 간단히 에어프라이어로 굽는 시간만 설정해두면
촉촉하고 맛있는 꿀고구마가 완성되기에
더없이 편안한 호사를 누린다.
고구마가 소박한 음식으로 생각되어지는
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사뭇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그 안에 담긴 행복감이 음식으로 통할 수 있다는 건 대단히 멋진 일이다.
우리가 자주 하는 일을 ‘밥 먹듯 하다’고 말하듯이,
스페인은 ‘매일의 빵이다’라는 관용어를 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스페인도 “배가 불러야 마음이 행복하다”라고 하니 흥미롭다.
먼 거리의 두 나라지만 밥을 먹는 식성이나,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흡사한 면이 많다.
먹는 일이란 그만큼 삶을 가장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149
오징어를 워낙 좋아해서 자주 오징어 요리를 만들지만
오징어 먹물을 가지고 조리를 해본 적은 없다.
당장 해보고 싶은 요리 중에
‘오징어 먹물 파에야’가 나에게 딱 꽂혔는데
단순히 먹물만 첨가해서 넣는 건데 해볼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고소하고 짭짜롬할 그 맛이 연상되기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거기에 뽀얀 빛깔의 카르보나라 파스타까지 더한다면
근사한 한상 차림이 완성으로 손님 맞이 음식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파스타가 등장할 당시에 손으로 집어 먹어서 품위 없는 음식으로 간주되었다고 하는데
기계의 발명으로 건파스타가 만들어지면서
포크로 탁 찍어 말아 먹는 세련됨을 더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리에 담긴 각기 다른 사연과 따스한 온기로 가득한
소소한 뒷 이야기들까지 정말 요리에 진심인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음식 이야기를 읽는 중간 중간
오늘 저녁 메뉴를 다른 때보다 즐겁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음식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가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 가슴 따뜻해지는 봄을 만난 기분에 들떠
오늘 저녁엔 당장 노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호박수프로 당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