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을 사수하고
지키고 싶은 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책에 기대어 지내는 걸 좋아하고
육아를 하면서 다시 회복해 가는 나의 길 찾기는
책을 통해 조금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가성비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나에게 더없이 좋은 반려 취미이기도 한 독서가
안내해주는 조그만한 기대와 희망, 용기는
엄마로 살아가지만 나로 살아가길 좀 더 응원하는 기분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고군분투하며 나의 자리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책 속 문장들로 나타나있다.
선물처럼 받은 카페에서의 시간.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2시간 동안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뻔하고 단순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 이상으로 알맞은 단어는 없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 무엇보다 독서에 갈급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 나만의 꿀 같은 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기쁘게 하고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p148
내가 목표를 이루고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면,
고단함을 선택하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행동할 것이다.
엄마인 내가 행복하다고 충문할 때, 그 사랑이 아이들과 남편에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서라고 꼭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그 ‘행복’을 챙기고 싶다.
p175
갈증이 나던 나의 시간이
언제 오게될지 몰라 조급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출구도 비상구도 구원투수도 보이지 않던
막막한 독박육아를 힘겹게 버텨내면서도
나로 좀 살아보겠다고 뭐라도 찾아보려 했던 지난 날들이 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못다한 것들이 많은 미련과 함께
제법 큰 아이는 자기만의 시간에 빠져 살고
이젠 온전히 내 시간을 누려도 좋을 지금의 때에
난 여전히도 정체성의 혼란과 방황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잠깐 흔들리다 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건
나의 원동력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삶은 나를
이전의 나와 다른 궤도로 옮겨주었다.
이 시간은 대단히 축복같으면서도
대단히 혼자가 되는 고독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라 더없이 소중하다.
목말라왔던 내 시간을 지금은 온전히 누리고 살게 된 것에 감사하며
이 하루를 난 꽤 밀도있게 살고 싶어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가끔 쓰면서 산다.
이 시간을 통해 난 무얼 이뤄 나갈지 보다도
나로서 온전하게 설 수 있는 단단함을 채워갈 생각이다.
길 위에서 방황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희망과 설렘으로 다시 조우할 나를 떠올려보며
피곤에 찌든 오늘의 나를 좀 더 안아주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