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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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일본의 고령 사회의 모습을 그린 이 책에서

노년의 삶을 그대로 투영해 바라볼 수 있어 좀 특별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죽음이라는 노화되고 있는 모습을

의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면

그리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였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죽음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한층 더 성숙함으로 돌아온

작가의 필담에 묵묵히 고요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고령의 노인들이 새해를 앞 둔 마지막 날에

호텔 바에 모여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 모습과 분위기가 고루한 노년의 모습이 아닌

센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해왔기에 누구보다도 가까웠고

함께 함이 어색함이 없는 사이였다.

섣달 그믐날 밤에도 어김없이 함께였다.

죽음조차도 함께 하고 싶었던걸까.

이것 역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잘 지내니, 어머니의 그 물음은 오히려 도우코에게 걱정을 안겨 준다.

하야시 씨와 잘 안 돼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치사코 씨가 가고 없다는 것이 뒤늦게 와닿고 있나?

아니면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걸까.

p185

시노다 간지는 자신이 참으로 침착한 것 같다는 것에 희미한 슬픔을 느낀다.

공포든 망설임이든 자신을 이 세상에 붙들어 주려는 무언가가 아마도 마지막까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건 없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요 몇 년 새 없었을 만큼 몸도 의식도 일치되게 맑고,

그토록 시달리던 피로감도 없고, 상황을 고려하면 우스꽝스럽다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지만

지금 같아선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p269-270

세 노인의 자살은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왜 어떤 사유가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남겨진 이들의 관점을 더 엿보게 된다.

남겨진 가족들의 시선이 꽤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서 그나마 안도해 할 수 있었다.

분명 애도의 마음과 고인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

다양한 감정들이 얽혀 있기 마련이지만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며 견뎌내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 집에 오랫만에 왔더니

많은 물건들이 정리되고 굉장히 간소한 삶을 살고 계셨다.

어느 순간부터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없기에 전전긍긍하며 이고지며 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가볍게 훌훌 털고 언제 죽어도 당신들의 흔적을

그다지 남기고 싶지 않으시다고..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중에

지금의 나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보면 아직 쉽게 답을 내리진 못하겠다.

살아있으면서 많은 것에 얽매여 살면 죽어서까지도

그 얽매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홀기분한 기분으로 삶을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는 것을

연습해 가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다.

적어도 지금 나에게 남은 시간을 보냄에 있어서

이보다 더 확실히 꽤 괜찮은 삶의 태도가 있을까 싶으니 말이다.

상실과 아픔 속에서 가족의 죽음과

남아 있는 자들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우리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의연하게 생각지 못하는 나에게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작은 걸음을 한 걸음 떼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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