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은 사랑하는 마음
심지연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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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은 사랑하는 마음





사방을 떠다니는 번잡스러운 생각들이

이 책 속에 조용히 담겨 있기에

읽는 마음이 제법 차분해지는 기분에 휩싸인다.

좋아하는 걸 더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나 역시 여기까지 왔다.

사사로운 것들에 작고 큰 집착과 소유를 두고

매일을 씨름하기도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싫음과 좋음 사이를 오가며 지낸다.

그런 매일을 책 속의 문장을 따라

가만히 떠올려보기 좋은 시간을 가졌다.

나는 나를 순화하고 미화하는 일에 중독되었다.

일종의 수련이었다.

글쓰기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닌, 되고 싶은 내가 되는 쾌감이자 계속 쓸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쓰는 것

쓴 것으로부터 해방하는 것

p60

쓰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 오묘한 고뇌와 좌절,

사랑과 환희를 써야만 경험해 볼 수 있는 거라

나에게도 쓰는 것은 그런 묘한 기쁨과 슬픔이었다.

계속 쓰고 읽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 자유로움이

최근 들어서는 굉장히 큰 감사였다.

삶의 동력이라는 좋은 꾸밈말이

나에게 제격 걸맞게 살아가는 것 같아

웬지 모를 기운이 솟는다.

그런 사랑하는 마음이 이같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읽고 적게나마 쓰며 산다.

한 권의 책은 각각의 무한한 세계, 비워지고 채워지는 책장은 마음을 눈으로 읽는 일.

좋아하는 건 무조건 많이 소유해야 하는 줄 알았던 지난날의 나를 다시 한번 반성했다.

요즘은 책을 쓴다는 명분으로 어떤 책이든 쉽게 내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어떤 책이든 머물렀다 떠날 수 있는 터미널 같은 책장이 되기를,

자주 바뀌더라도 비워야 할 때 비울 줄 아는, 내면을 잘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p94-95

책장의 책들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정체되고 머물러 있는 책들이 많기에

포화 상태가 된 책장을 보면서

가끔 벅찰 때가 있어 큰 맘 먹고 정리하기로 한다.

생각보다 헐값에 팔려가는 책들을 보며 애석한 생각이 들기도 하여

나름 의미있는 드림도 해본다.

약간의 공백이 생긴 책장의 틈을 보고 있노라면

그만큼의 여유와 함께 새로운 것을 맞이할 마음과 준비를 하고 있다.

결코 쉽게 정리하기 힘들지만

과감히 정리되야 할 책들이 있다는 걸 자각하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금은 정리될 수 있었던 책들에

시원 섭섭한 마음을 버리긴 힘들었지만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로써 잘 버리지 못하는 인간이

버릴 수 있는 인간으로 진화해 나가는 건가 싶은 착각에 빠져본다.

무언가를 쉽게 털어낼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도 싶다.

이고 지는 삶이 겨우 책뿐인가 싶지만

적재된 물건들에 쌓인 집을 보면서

나도 비울 땐 비워낼 줄 아는 사람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길 간절히 원한다.

그런 점에서 신박한 정리가 필요해보이는 건

비워야 할 때가 지금임을 인지하고 있는 건가 싶다.

사랑하는 나의 준비물들.

삶의 곳곳에 채워두고 잘 쓰고 잘 버릴 줄 아는

마음의 풍요 상태를 조용히 점검해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마음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바라보고 대할 수 있는 마음이

녹슬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정하며 보살필 것들에 성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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