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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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와 마고의 백 년





올해 읽은 책 중에 유난히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될 법한

최고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처음 책을 펼쳐 들었을 때의 담담함은 어디가고

중후반을 달리면서 오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열 일곱 살 레니와 여든 셋의 마고.

이 둘의 조합을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지 못한 나는

제대로 뒷통수를 맞게 되었다.

이들의 우정을 지지하는 팬심으로 끝까지 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세를 전향하고서

더 오래도록 이 둘을 보고 싶었다.

시한부 병동에서 만나게 된 이 둘은

서로의 가슴 아픈 인생사를 털어놓고서

우정보다도 더 빛나는 수식어를 찾고 싶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영혼의 단짝이 된다.

가족들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지만

병동에 있는 사람들과 제법 잘 어울리는 레니의 유쾌함이

엄마인 나의 시선에서는 그마저도 가슴이 아프다.

충분히 사랑받고 더 어리광 피워도 좋을 나이임에도

레니의 웃음 뒤에 보이는 쓸쓸함과 성숙하기엔 너무 어린 마음들이 오가며

엄마의 마음을 더 아프게 울리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렇게 병동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하루를 견뎌내던 레니에게 마고와의 만남은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마고는 여든 셋의 나이에

순탄하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왔다.

레니는 그런 그녀의 삶을 곁에서 듣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쉽지 않은 마고의 결혼생활과 아픈 자녀를 둔 엄마로서의 힘겨운 인생 이야기를

나 역시 같이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느 덧 이 둘의 완벽한 조화를

아름답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두 사람의 그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비록 내 영혼이 어둠 속에 묻힌다 해도 결국엔 환한 빛 속에 다시 떠오를 테니,

밤을 두려워하기에는 나는 별을 너무도 싶이 사랑했다네."

"기억하고 있었구나." 마고가 미소 지었다.

우리는 좀 더 머물며 별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평온해지는 기분이야." 잠시 후 마고가 말했다.

"저도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장 선명한 별도 이미 죽은 별이라는 거, 알고 있어?" 마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가 되게 슬픈 말인데요." 나는 마고의 손을 놓았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녀는 내 팔짱을 끼며 부드럽게 말했다.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다운 거야. 별들이 얼마나 오래전에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별들을 볼 수 있잖아. 별들은 그렇게 계속 살아있는 거야."

p410

삶의 애환을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둘의 각별한 우정이 더 찬란히 빛날 수 있다는 것에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면서

다가올 이별을 직감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위로와 사랑과 지지가 되어 주었기에

어쩌면 가족보다 더 끈끈한 관계 안에 있지 않았을까.

인생의 길에서 우연한 만남과 인연이 되어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들이 함꼐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인 것 같다.

그런 레니와 마고를 이토록 따뜻한 시선으로

끝까지 응원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여전히 별들처럼 계속 살아있는 존재로

내 마음 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 둘을

이 해가 가기전에 만나볼 수 있게 되어 기쁘고도 슬펐다.

어둠 속에 파묻혀 있다 해도 살아있는 따뜻한 별을 마음으로 그릴 수 있음을

레니와 마고를 보며 이들의 우정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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