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모험
신순화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이라는 모험





전원생활을 늘 꿈꾸며 산다.

집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집순이라

계절마다 가구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며

몇 안되는 식물을 가꾸고

포인트가 될만한 어울리는 배색의 패브릭으로 집안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지금 사는 집에서 당장의 이사를 꿈꾸지 못하기에

이렇게나마 소소하게 변화를 주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산다.

언제쯤 가능할지 모를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막닿아 있지 않은 꿈같은 생활을

책 속에서 대리만족하며 이들의 삶을 기웃거리며 살펴보게 된다.

아이가 있다면 더 재미있을텐데 싶어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뭇치게 그리운 전원생활을

나는 꿈만 꾸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부러움이 밀려든다.

현실판 전원 생활의 이모저모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책에나마 내 마음을 기울여보았다.

이 집에서는 어떤 일을 겪을지 몰랐다.

그래서 뭐든, 어떤 일이든 우선 신기하고 새로웠다.

조심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움츠리고 아이들을 단속하기보다는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하고 눈과 마음을 빛내며 창밖을 보곤 했다.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뱀을 만나고 벌집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방방 뛰며 아이들을 불렀다.

암탉이 품던 알에서 귀여운 병아리가 태어났을 때도, 며칠 후 물통 속에 빠져 죽은 병아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

슬퍼했던 일도, 위쪽 밭에서 커다란 두꺼비가 나타나고, 아이들이 작은 두더지를 잡아 보여준 일도

우리에겐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다.

p56-57

도시 생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지는 나에겐

이같은 생활이 좀처럼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 같긴하다.

뱀이라든지 벌집이라든지 두더지가 웬말인지 말이다.

아마도 놀라서 기겁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 소란스럽지 않을까 싶다.

더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좋아할땐 언제고

막상 이같이 자연과 벗하며 살게 될 전원 생활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 도시인의 삶을 정리하는데 나에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에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생활이 모험처럼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생한 모습들이

마치 내 일처럼 다가오는 생동감있는 삶에 동화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내게 오는 음식을 고맙게 여기는 것, 그 음식을 가져다준 수고에 감사하는 것,

그 마음을 알고 오래 느끼는 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노동에 더 겸손하게 한다.

독립은 그런 노동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집에 오고서야 내가 일상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에 기대왔는지 알게 되었다.

p90

도시 생활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 편리함이 익숙한 나머지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다보니

노동에 대한 집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좀처럼 잘 생기지 않는다.

전기 검침원, 정화조 기사, 난방유 공급 등 관리사무소에서

다 신경 써주기에 내가 신경 쓸 일이 없지만

전원 생활은 그들과 더 직접적인 관계로 가깝게 연결되어 있어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 같다.

소중한 집을 더 소중히 가꿀 수 있도록 수고호 돌봐주는 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어디에 사는지 집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사사로운 것들이 더 큰 감사로 느끼는 예민함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보여질 것이 참 교육 같아 좋게 생각된다.

자연 친화적으로 살다보니

이것 저것 불편한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일상 속에서 작고 비중있게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감사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들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나에겐 익숙함으로 무뎌진 감정들이

이곳에선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낭만과 멋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냥 삶 그 자체가 모험이고,

매일의 변수들이 호기심과 깨달음의 화수분으로 다가오는 생활 아닌가.

간절히 원하면서도 과연 내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기대와 꿈을 가지고 생생하게 살아갈 그 집이라는 또다른 공간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또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미리 먼저 살아본 이들의 삶을 보면서

그 친밀하고 따뜻한 전원의 생활을

너무 낭만으로만 무장할 것만이 아닌

단단한 체력으로 무장한 노동력과

탐험가의 자세로 양껏 충전된 몸과 마음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에겐 지금 이 공간 밖의 또 다른 집이라는 세계에

재미있는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