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2022년 한겨레 '올해의 책'
박정미 지음 / 들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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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사는 삶





새간 살이가 많지 않았던 신혼과 지금을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짐들 속에 파묻혀 사는 걸 느낀다.

무엇이든 갖춰진 환경 안에서 사는 걸 좋아했던터라

떨어지는게 불안하고 항상 채워져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냉장고엔 언제나 그득그득한 음식물들이 적재되어 있고

소비되는 음식보다 채워지는 양이 더 많아 욱여넣기 바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정리하면서도 입을 옷이 없다며

새로 사기를 반복하는 나를 발견하고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렇다보니 좁은 평수의 집보다

짐을 다 수납할 수 있는 넓은 평수의 집을 원했고

짐을 줄여야겠다란 생각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잘 버리지 못하는 책들을 쌓아놓고서

벽면 가득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에 먼지청소를

그만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애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토록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넘치고 넘친다.

무거운 짐만큼이나 여유없이 팍팍한 마음이

삶에도 그려지는 듯해서 답답할 때가 많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이건 아닌데.

'0원살이'의 여정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과연 이게 가능할지 의심이 들었고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이런데 중반부를 읽고 있는 내가 이같은 생각이 걷히고 말았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논리가

기적처럼 놀라운 궁극의 길로 나를 인도하는 듯 헀다.

부족함은 '없음'이 아니라 '모자람'이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결핍은 불충분,불만족,불편함을 가져온다.

이들은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해도 충분히 만족하며 산다.

부족함을 충족시키기 위해 환경과 기반 시설을 바꾸려 하지 않고,

부족해진 상황에 자신들의 생활 흐름을 맞추며 살아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을 불편하거나 견디기 어려운 결핍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절제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p63

소유하려 들지 않는 팅커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나와는 현실적으로 정반대되는 부분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거리낄것이 없다란 것이 이런 것일까.

대단히 찬란한 자유를 생을 살면서 온전히 누리고 사는 이들이

이들의 삶이 아닌가 싶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얻고 스스로 대부분을 만들어 쓰거나

자연에서 얻기 떄문에 돈도 시스템도 의존하지 않을 자유로움을 누리며 사는 이들의 삶 말이다.

자연을 진심으로 섬길 줄 아는 것 또한 경외심이 생긴다.

이들에게 사명이나 목적이 없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대단한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소비를 멈추는 때라면

기후 재앙이나 전쟁, 식량 대란, 전염병 등

불가항력적 위기가 닥치면 그럴테지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자발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는 어떻게 가능할지 곰곰히 고민해보게 된다.

불필요한 물건과 식품 구매를 줄여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낭비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우자.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다른 인간의 노동력과 생명을 착취하는 비윤리적인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자.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식품만을 소배해 나라의 식량안보와 땅의 생명력을 지켜내자.

p440

무분별한 소비가 세상을 망하게 한다는 것!

'안 사도 안 죽는다!'

'안 사야 안 죽는다!'

최악의 위기 상황이 당장 도래하지 않았다고 느껴지기에

좀 더 풍요롭게 살기를 원하는 습성을

손쓸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소비에 대해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도전장으로 던져야할 것만 같다.

이전까지 무관심했던 관심사에 대해

조금씩 눈을 들어 직면해야 할 문제들을 직시하게 됨으로써

어쩌면 나부터 시작해야 할 작은 변화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겠다.

극단적인 무소비는 당장은 힘들지만

내 선에서 지킬 수 있는 불필요한 부분들은 절제하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군더더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바에 가깝게 실천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나아가볼테다.

안 사야 살아날 이 지구에 미약하게나마 돕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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