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깨부수는 재건축의 시간.
부순다는 것이 왜 이렇게 통쾌하고 해방감이 느껴지는지
그 단어와 말만 들어도 뭔가 기존의 속성들이
다시 재탄생되는 기분이라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든다.
짓는 것의 반이 부수는 거라면
부숴버리고 비워야 할 것이 뭘까.
삶이란 여정에서 우린 때때로 길을 포기해야만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다.
삶이란 정답을 몰라도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시험이니까.
우린 오답을 지워가며 정답에 가까워지기도 하니까.
p38
포기라는 건 다 잃어버리는 것 같아
주도권을 넘기는 것도 상실하는 것도 나에겐 최고로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데 과감히 놓아버려야 할 것을
내 힘으로 질질 끌고 있던 욕심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과욕이 부른 참사도 경험했고
손에 가득 쥐려했던 욕심을 경계하지 못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들에
마음 고생도 참 많았던 걸 보면
왜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내려놓지 못한 거였을까.
포기란 또 다른 방향성을 트는 선택지라고 볼 수 있는데
난 그게 유난히도 힘들고 힘겨웠다.
내 인생에서 상당 부분
내 힘으로 해보려고 애썼던 것들에 대한 포기가
요즘은 절실히 필요한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
이젠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은가.
허물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나서
담을 쌓아올리는 것에 공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기초 공사가 중요한 것처럼
마음을 단단히 세울 수 있는 것들을 책에서 가만히 찾아보게 된다.
작은 사치 리스트.
내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주며
소중한 것을 단단히 받쳐줄 소소한 행복을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하나씩 적어보기도 했다.
커피를 좋아하하지 않는 나에겐 커피숍에서 차 한잔보다
서점 나들이로 책 한권 구매가 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고
날 대접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소확행이었다.
덕분에 집에 있는 책장이 차고 넘칠 듯하여
올해가 지나고 나서 새 책장 하나를 더 사들여야 하나를 고민중이다.
작은 사치란 말은 팍팍한 일상에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치가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내 인셍에서 포기하지 말아야 했던 것은 사실 나 자신이었다.
p142
한정된 시간 안에 생을 살게 되고
언젠가 마감하게 될 인생은 끝을 향해 정직하게 달려가고 있다.
지금 하지 말고 나중에 해야지라고
미뤄둔 것들이 너무 많은데
도대체 그 때가 언제인지 하염없기에
언제든 할 수 없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 순간부터만이라도
맘껏 하고 싶었던 일들
해야했던 말들을 아낌없이 하며 살아갈 순 없었던 걸까.
언제나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일텐데 말이다.
옹졸했던 마음이 더 커진 기분이 든다.
베란다 확장이라도 한 것처럼
확 트인 기분으로 생각과 시야가 넓어진 듯
마음껏 유영하며 살아갈 즐거운 에너지가 흐른다는 걸 느낀다.
역시 이 맛에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
어쨌든 읽는 생활자에게 좋은 에너지와
삶의 긍정을 선물해준 책으로의 초대가 반가웠던 시간이었다.
덤으로 내 인생도 다시 재건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