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식탁 - 양장,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오렌지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이용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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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식탁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이 책을 평범한 요리책으로 착각한다면 오산이다.

역시나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인 메시지와

심리학을 엿볼 수 있는 맛있는 레시피북이라고 해야 할까.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한가지로 분류하기 힘든 다소 독특한 형식을 책을 만나서

예사롭지 않고 신선해서 좋았다.

뭔가 틀을 벗어나 무거운 철학적 메시지를

요리에 깃들여 좀 더 가볍게 받아들이면서도

임팩트가 있는 여운을 남기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재료 본연의 성질을 소개하면서

이와 접목한 철학적 심리학적인 접근은 굉장히 읽는 내내 조화롭다란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으니

직접 요리 해먹어 보고 싶은 다양한 메뉴들이 포진해 있어서 든든한 요리책을 얻은 것만 같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요리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예민함처럼 가지는 더 강력하고 노골적인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받쳐줘야 한다.

풍성한 감칠맛의 된장이나 닷맛이 나는 꿀,

또는 불향을 내는 직화 조리법은 가지와 잘 어울린다.

그렇게 가지는 우리의 세심한 손길과 현명한 맛의 조화를 기다린다.

p59

적절한 음식은 두려움을 덜어준다.

떨어진 기운을 북돋고, 당장은 힘이 들더라도 행복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일깨운다.

오븐구이 오레키에테 파스타는 그럴듯한 직함, 잘 차려입은 정장,

신용카드와 성인의 여러 특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썽을 부리는 아이로 남아 있는

우리의 어떤 모습을 수용하고 진정시키는 유치원과 같은 능력을 지녔다.

p122

함께 퐁듀를 먹는 즐거움은 꽤나 쏠쏠하다.

꼬치로 칼싸움을 할 수도, 빵을 담갔다가 꺼내며 치즈를 얼마나 길게 늘이는지 경쟁할 수도 있다.

물론 바보 같아 보일 테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마침내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라는 것이다.

p249

요리를 통해 삶을 끌어오는

재미있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단단해진 마음이

살살 녹아버리게 되는 것처럼

음식 이야기 앞에서 이런 저런 고민들을 주고 받아도

전혀 거슬리는 게 없이 들리는 마법은 음식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작가의 멋진 문장력에서 오는지 헷갈린다.

이 책은 묘하게 내가 웃으며 읽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머릿 속으론 많은 생각이 오가는데

입가에 침이 고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이상한 조합이 굉장히 낯설면서도 낯설지가 않다.

철학이라는 깊이를 가늠하고자 대면했던 많은 책들이 대부분

굉장히 묵직한 무게감과 삶의 깊은 통찰과 사유에서 오는 무거움들로

복잡하게 얽힌 삶의 문제들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 때가 많긴 했다.

결국 풀어나가게 되는 여정도 쉽지만은 않지만

깊은 자아성찰로 나아갈 수 있는 문 앞에 설 수 있게 돕는 책이라

종종 철학서를 찾아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묘하게 가볍고도 재미있고 웃음이 난다.

요리 때문인지 장난치며 가볍게 툭툭 건드리며

하나씩 굵직한 주제를 던져 이야기해도 전혀 무겁지가 않다.

제대로 근사하게 대접받은 요리를 앞에 두고서

삶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잘 곱씹으며 듣게 되는 듯

취향을 관통한 오밀조밀한 이 책의 매력에 한번 푹 빠져 읽어보시길 바란다.

배고픔과 영혼의 허기를 둘 다 잡아주는 매력 만점의 책이니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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