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인 - 온전한 나를 만나는 자유
서지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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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인





아날로그 라이프는 뭔가 모르게 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그런 점에서 내 삶의 곳곳에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단면들이 있다는 것이 참 인간적이라 좋다.

이 책은 그런 감성들을 느낄 수 있는 쉼표같은 책이었다.

연료를 채우는 마음으로 연필을 깎는다.

아이들이 원하는 크기대로 꿈을 꾸고,

그 꿈에 온전히 마음을 쏟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뎌진 연필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에는 연필깎이만 한 도구가 없을 테지만,

수월함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연필을 깎을 때만큼 손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p152

연필을 깎는 행위 자체가 주는 경건함이 있다.

손 끝에 신경을 집중해서

오로지 손맛으로 깎아내는 그 맛과 멋을 아직 고수하는 편이다.

가끔 머리가 많이 닳아 있는 연필들이 잔뜩 밀려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긴 하지만

그땐 뱅글뱅글 손으로 돌려 연필깎이의 힘을 빌린다.

사각거리는 필기감이 좋아서

샤프보다도 연필을 쓸 때가 많아

집안 곳곳마다 놓여 있는 연필을 보고 있노라면

자기 자리가 없는 모든 영역의 연필이 제법 이 집 주인같아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인생에서 한번쯤 문학소녀 노릇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들.

하마터면 진정 꿈꾸던 삶을 폐기할 뻔 했는데,

끝내 꿈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소중한 존재.

그것들은 이미 나의 반려서적이다.

집안 살림을 미니멀로 해나가는데에는 영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이어나갈 내 삶과 꿈을 분명 벌크 업 해줄 동반자, 둘도 없는 나의 길동무.

p172

책에 대해선 이유 불문하고 마냥 좋다.

종이책을 고수하는 편이지만 가끔 읽는 이북도 괜찮은 편이다.

집안 물건들 중에 함부로 버리지 못해

영역 차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책은

우리집 대들보와도 같다.

이렇게 이고지고 사는 게 참 싫기도 하지만

미련없이 버리질 못하는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덕후인건가.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어져있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물건에 대한 소유는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삶이 굉장히 소소한 것이지만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삶이다.

그래서 몇 안되지만 더 아끼고 살피는 아날로그의 삶을

먼 미래에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는

외골수가 되어도 참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에

나의 정신과 나의 인생이 투영된 산물이기에

좀 더 몸의 감각에 의지해 오랫동안 곁에 두며 살고 싶다.

그런 반려 생활들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모처럼 굉장히 신이 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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