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작은 땅의 야수들



빼앗긴 땅의 설움을 딛고 살아가는 야수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




파친코 이후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란 소개로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을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1918년부터 1964년간

48년의 유구한 역사 속 기록들을

다시 대면한다는 것이 상당히 감정적으로 힘이 들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뼈아픈 우리 민족의 정서와 민초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며 시대상의 아픈 역사적 이야기를 끌어내어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호랑이 사냥꾼 남경수는 일본군 장교 야마다 겐조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담뱃갑을 얻게 되고

이 하나의 징표가 나중에 아들 정호의 목숨을 살리기도

아이러니하게도 안타까운 상황을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사냥꾼의 아들 정호는 기생집에 팔려 온 옥희와 만나게 되고

이들의 운명적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양반 출신에 인력거꾼 한철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하고 정호 사이에서

구애를 받게 되지만 얽혀있는 가슴아픈 운명의 사랑은

끝내 인연이 닿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전개된다.

애석하게도 자꾸 어긋하게 되는 이야기를 보며

옥희의 인생여정이 참으로 고단했음을 느꼈고

마지막에 제주 바닷가로 떠나 해녀의 삶을 살게 되는 모습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다.

"사람들은 늘 우리 기생들이 돈을 버는 방식에 대해 멸시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우리도 예인으로서의 명예를 갖고 있어요.

사실, 이 대의를 위한 거사에 제 나름의 자그마한 도움을 더할 수 있게 된 지금 이 순간보다

기쁘고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p182

"제가 가진 첫 번째 꿈은 우리나라의 독립니다.

두 번째 꿈은 우리 국민 모두 충분히 잘 먹고 번영하며 인간답게 사는 겁니다.

누구도 버림받지 않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말이죠.

그리고 이 두 개의 꿈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꿈도 가능하지 않답니다......"

p284-285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p603

혼란 속에서도 싹트는 사랑과 욕망을 쫓는 이들.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

힘겨운 삶을 견대내야만 했던 이야기.

일본인의 잔인함에 착취당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암울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져 감정이 이입되어

페이지수가 상당함에도 가독성이 좋아 금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해방된 조국에서 독립 운동가로서의 명분을 얻지 못할지라도

운명이란 삶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할지라도

삶을 지탱하고 있는 신념과 사고는

고고하고 단단하며 반짝이게 빛나고 있었다.

식민치하의 소용돌이 속에서 말할 수 없이 억울한 상황 속에서

나라면 이들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빼앗긴 나라를 위해 이 땅의 야수들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은 꿈과 희망을 쏘아올린 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가슴 아픈 세월을 당연히 아는 역사일지라도

잊지 않고 살아야 할 그날을 모두가 깅거하고 기념할 수 있길 바란다.

독립 열사들의 고군분투했던 삶과

주권을 상실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이들의 애환이 얽힌 이야기 속에서

지금의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들이 투쟁하며 지키려했던 해방된 세상에서 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참담한 현실 속에서 고통없이는 살 수 없었던

이들의 삶을 떠올리며 일상이 주는 이 소중함을 더없이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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