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와 꽤 치열한 사투 끝에 전사해서 쓰러지는 쪽은
늘 엄마여야 했다는 것이 뭔가 모르게 억울했다.
아이에게 지고 싶지 않아 사춘기라는 기를
확 꺾어버리고픈 마음에 늘 통제하고 틀 안에 가두려 애를 쓰며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도 과도기를 통과중인터라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울컥하고만다.
광활한 우주, 미지의 세계..
난 사춘기가 한창인 큰아이와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이 낯선 세계 안에서 아이와 끌어 안고 자폭하려는 불안정한 폭탄을 늘 가슴에 품고 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못살게 굴고 싶었던걸까.
자라면서 엄마의 잔소리가 싫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안 했다.
방구석을 돼지우리로 해놓든 말든, 일요일에 뒹굴며 게임만 해도 대체로 내버려 두었다.
게임 시간만 지키면 그만이었다.
가끔 속이 터져 죽을 거 같으면 한마디 했다.
"내일 시험이라며 괜찮겠어?"
p70
속이 터져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고구마 백개 넘게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이 같은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꾸역 꾸역 참다가 화수분처럼 터지고 마는
내 잔소리는 아이를 맨몸으로 박살내려한다.
얼마나 상처였을까.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서 그 전에 내 할 일을 알아서 하고
일체 말이 나오지 않도록 내가 나를 단속했던 나의 기질과는 전혀 다른 아이.
이 아이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정말 돼지우리처럼 엉망인 아이방을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방만 메고 훌러덩 등교한 딸아이의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이건 뭐 한번 해보자는 식인지
엄마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어보였다.
지나고 보니 내 진심이 아이에겐 구속과 속박이었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하는 보호자가 아닌 감시자였던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너무 지나치게 무례하고 아이에게 실례가 많았던 엄마였다.
불안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수험생 옆에 등대처럼 지켜줄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다.
아이 입시에 신경 쓰면 쓸수록 부모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근거 없는 낙관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때 아닌가.
하지만 아이가 힘들 때는 위로해주고, 잘할 때 격려해줘야 하는 사람은 어쨌든 필요하다.
그러려면 부모의 멘탈이 먼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p211
지나친 관심에 숨이 막혀할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기 위해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난 여러모로 고민해 보았다.
아이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나도 아이도 죽는다.
관심을 좀 배제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로 했다.
그렇다보니 상당히 가성비 좋은 독서와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질로 시간을 보내기도 대하소설을 완독하는 엄마도 있다는 걸 보면
그 나름대로 이 시간을 잘 통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집중하는 대상이
아이가 아닌 것이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인정하게 되면서
엄마로서 좀 더 자유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아이의 세계를 그저 지켜보며 믿고 있다.
사춘기의 그 넓은 세계 안에서 맘껏 유영하며
너의 삶을 살라고 응원하고 싶다.
그뿐이면 되지 싶다.
그걸로 충분하다.
책 속에서 엄마의 마음도 쉼을 얻고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