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천문학과 미생물의 만남이라니
뜻밖의 조화에 조금은 의아했던 책이었는데
이 미세하고도 매력적인 생물들의 세계를 조금씩 살펴보게 되면
소우주의 세계를 관찰하는 묘한 매력을 맛보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 중에
내가 알고 있는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흔히들 많이 알고 있는 살모넬라 바이러스 P22는
유전자 교환을 가능하게 하기에 이같은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체부터럼 형질도입 과정이라는 박테리아에게 유익을 주는 이 방법이
유전자 전달에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바이러스가 이토록 유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다시 살펴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팡이가 있다면 과연 무얼까.
사카로미세스 칼스베르겐시스.
이 곰팡이는 바로 맥주의 효모이다.
효모가 무엇인지도 몰랐을 당시에는 미세한 곰팡이인 효모는 도처에 만연했고
커다란 혁신을 가져오게 된 건 덴마크 식물학자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에 의해
효모 세포를 분리 추출해 배양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효모가 다양한 균주 중 하나인 이 곰팡이는
인류를 즐겁게 해준 사랑받는 균이 아닌가 싶다.
척박한 지역을 서식지로 삼아
암석 내부에 서식해 생존하는 생물이 있다면 어떤가.
이름하여 할로코쿠스 살리포디나에.
지구 생명 최후의 보루로
암내재성 생활방식을 선택해 살아가는 생물들이 이 지구에만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소행성이 충돌해도 암석 안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맞다면
머나먼 우주 다른 행성에서도 그 표면 아래엔
이같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진 않을까.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린 늘 관심이 많다.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메탈로스페에라 세둘라'라는 고세균이
운석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미생물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운석의 미생물이 지구의 암석에 비교해 빨리 불어난다는 걸 보면
고세균은 오래된 생명 형태로 초창기 지구에 소행성과 충돌했을 때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운석을 영양원으로 삼아 좋은 서식 전략으로 살아남은 강인한 미생물로
운석의 화학적 구성에 흔적을 남길 것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머지않아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가운데
정말 외계 생명의 흔적을 만나볼 날이 가까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이름도 낯설지만 설명이 어렵지 않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며 읽기 재미있는 책이었다.
미생물의 세계를 하나씩 파헤쳐보다보니
더 넓은 우주의 영역 미지의 세계를 향한
풀지 못한 신비로움과 궁금증들이 더 증폭된다.
눈에 보이진 않으나 존재하는 아주 작은 미생물의 기묘한 세계 속에서
우주를 이해하고 지구의 생리를 살펴볼 수 있었던 유익하고도 재밌는 시간이었다.
미생물은 별의 죽음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