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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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프로일라인 토트

본명은 유디트 브라우나이스, 부검 전문가이자 애도 상담가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뮌헨 공과 대학교 병리과에서 4,000구가 넘는 시신을 부검했다. 프로일라인 토트(우리말로 ‘죽음 여사’라는 뜻)는 필명으로, 그는 이 책을 통해 부검실에서 죽은 이들과 함께 보낸 25년간의 이야기뿐 아니라 유족들의 슬픔과 절망을 위로하는 애도 상담가로서의 삶,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냈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기에, 남편과 장난꾸러기 고양이 랄레가 함께하는 지금의 일상이 훗날 천국에서도 이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인스타그램: instagram.com/frollein_tod

[예스24 제공]




주검을 마주하는 일.

나에게는 경악스럽고 극한의 공포를 마주하는 일 같아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을 법한 일이기에

시신을 다루는 이가 전해주는 삶과 죽음의 세계를

난 그저 담담하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있는 사체를 보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마주하는 집사의 삶을 살게 되는

간극이 커보이는 하루가 흥미롭다 못해 다이나믹해보인다.

감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상당한 압박이 될만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업무로 가볍게 여기기엔 너무 우울한 일이다.

펜데믹이 겹치면서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과

봉쇄 생활로 고립되어 전염병 환자를 끊임없이 마주하고

기력을 소진할 때마다

랄레라는 반려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마법과도 같은 시간임을 보여준다.

극한의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는 시체 안치실.

이곳은 나의 집이다.

햇볕을 거의 쬐지 못하고 생활한다는 사실에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담쟁이덩굴로 덮인 수직 통로가 내다보이는 사무실의 창문도 대개는 닫혀 있다.

신선한 공기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보살피는 고인 곁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향냄새에 취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 아래는 너무 평화로운 곳이다.

일과 휴가는 별개이므로 크리스마스 때에는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싶다.

p185

광란의 파티든 치팅 데이든

고양이 랄레가 주는 마음의 평화로움만큼은 좀 더 특별해보인다.

털복숭이 녀석이 스트레스 대처에 상당히 기여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집도 반려묘 하나쯤은 키워봐야 하나 싶다.

"여보, 제발 집으로 죽음을 데리고 오지마!"

p200

애도 상담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타인의 죽음이

나의 세계 속에 파고들어 오게 되면 어둠의 힘이 커져서 빛을 빨아드리게 된다.

그럴 때는 벗어나서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마음껏 울다, 먹고,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모든 감정을 허용하면서 흘러가도록 말이다.

나는 그들의 슬픔과 방 안을 떠도는 애도의 감정을 느끼고 내 안으로 받아들인다.

어째서 우리 중 어떤 사람은 그토록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하는지에 관한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는 어렵다.

세상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머무르는 작은 영혼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렇다고 그 존재가 결코 헛된 것은 아니다.

p215

작별을 고하는 연습.

일처럼 받아들이면 그뿐이겠지만

매번 그렇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터무니없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힘들 것이다.

각자의 삶에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고 우린 살아가는가.

짧은 생애동안 그 흔적을 무수히 많이 남기지 못해 아쉬움도 남겠지만

그 삶은 어느 것 하나 헛된 것이 없어 보인다.

직업적인 만족도가 큰 직업일지 아닐지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보여지는 면이

상당히 큰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해보이는 것 같아

난 엄두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

남을 돌보는 연민과 배려의 모습들로 사명감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대단한 기여를 하는 특별한 직업임은 분명하다.

매일 다른 시신이 도착하고 마주하는 삶을 살면서도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하루.

묘하게 흘러가고 느끼는 하루의 삶 속에서

죽음을 더 가까이서 직면하고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계속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이 철학같은 말이 너무도 근사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죽음을 염두하며 살아가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직면하게 되는 현실이

매일의 삶이 더없이 가치있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의 소중한 시간들 속에서

난 죽는 순간까지 삶의 아름다운 선물들을 발견하며

나와 내 가족들과 더없이 행복하고 싶다.

그 무엇보다 춤추며 살아가라!

p278

남아 있는 나날을 위해

뜨겁게 사랑하며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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