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살아가기 힘들어서
가끔 아이들이 잠든 밤에 혼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 안에 조용히 숨죽여있는 내면 아이를 어루어만진다.
잊고 살고 있었다.
보살핌이 필요했던 그 아이의 존재를.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더 강인해야했고
노력이라 말하며 애쓰고 살았던 나의 외면과 다르게
감성적이고 예민하며 쉽게 상처받고 관심을 구하는
내 작고 수줍은 내면을 잘 보듬고 살진 못할 때가 많았다.
이따금 문학 작품을 읽다가 조우하게 되는 내면과의 독대.
낯설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시간을 그렇게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어린 왕자>는 추억을 머금고 있는
늙지 않는 박제된 동심과도 같은 상징의 책이다.
왜 이 책의 표지만 봐도 이 책을 만난 그 처음으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의 교차점에 와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 그 불안하고 불안정했던
내가 도피처 삼아 읽었던 책들 중 하나였기에
그 때 그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또다른 축복이라고도 생각한다.
어린 왕자가 장미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것처럼,
어른들도 자기 안에 숨어있는 마음의 씨앗을 매일매일 사랑의 마음으로 돌봤으면 좋겠어.
그때 내 마음에 심었던 씨앗이 다 죽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야.
평생 책을 사랑하는 사람, 평생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내 마음의 씨앗을,
네가 잃어버리지 않고 오늘도 소중히 가꾸고 있어서 기뻐.
p103
어른이 되어 마음의 씨앗을 심는 건
무리한 도전 같기도 해서 겁난다.
사실 소심쟁이라서 그런가 뭔가 새로운 꿈을 꾼다는 건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이 꿈을 꾸며 사는 건
내 마음이 원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곰곰히 해본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시작점의 뿌리는
마음에 심어왔던 작은 씨앗이 그 출발점에서 시작되는 어린 시절에 있었다.
정성을 들였던 것보다도 어쩔 수 없이
거부할 수 없는 나의 기쁨과 희열이 이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참 묘하다.
나도 어쩌면 어린왕자처럼 그런 정성을 은근히 쏟고 살았던 걸까.
일상 속에서 우리가 다시 아이가 되는 길이 얼마나 많은데.
어른들은 그 소중한 어린이 되기의 순간을 자꾸만 놓쳐버리고, 무시해 버리지.
어른들이 어린아이의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하루에 10분씩만 가져도,
영혼만은 늙지 않을 거야.
어린 왕자가 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남몰래 미소 지으면서 조종사를 바라볼 때,
그 어린 왕자가 영원히 늙지 않는 것처럼.
p196
책을 읽으며 다양한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낀다.
<어린 왕자>를 통해 내 어린 시절로 추억을 복기하며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다시 되새김질 하며 책을 읽기도
지금은 어른이라는 사고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세상을
조금은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닿지 못하는 내면을 비추고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이
한 권의 책과 추억과 과거의 시간 속에서 얽혀있어서 기분이 묘하다.
하루가 정말 길었고 피곤했다.
고단한 어른의 삶을 살면서
정작 좀 더 돌보아주어야 했던 내면 아이를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었던 것에 흠칫 놀랐다.
어린 왕자를 만나지 못하고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난 좀 더 먼 길을 헤매며 울고 있는 내 안의 작은 아이를 보듬어 줄
그 필요와 시간을 더 늦췄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사랑하는 어린 시절과
내가 사랑하는 책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