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아직도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는 날 자주 발견한다.
책 속에서 마음이 꽂히는 문장들이 모여
마음을 진정시켜줄 수 있는 좋은 진정제가 되어준다는 건 참 괜찮은 치료제같다.
조금씩 꺼내먹는 좋아하는 간식을
마주하는 것처럼 설렜던 문장들도
마음을 살랑거리게 만들어주는 듯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때론 아무런 열정도 낼 수 없고 동력을 상실한 듯 할때도
어김없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문장의 힘.
난 그렇게 오늘도 책을 보며 내가 흘러가야 할 방향과
표류하지 않고 방향키를 잘 잡을 수 있는
유연함을 책 속에서 찾아간다.
뭔가 이루어 내는 삶도 의미 있는 삶이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삶이라도 괜찮다.
하나의 역할에 몰두하는 것은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해주지만,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삶이라도 나름 괜찮은 삶이다.
마흔은 그 또한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걸,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p118
사실 여태까지 대단한 걸 이루며 살아왔다고 볼 수 없다.
크나 큰 성공을 맛보진 못하고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매일의 삶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마흔이 넘고 보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젊을 때보다는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한층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잘하고 애를 쓰며 몰두한 모든 것들로부터
나의 기대와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배워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더 받아들이고
겸손할 줄 아는 태도를 배워가는 중년이 되어가나보다.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한 가지 큰일이 아니라,
남들을 실망시킬까 두려워 거절하지 못하는 수천 개의 작은 의무들이다."
좋은 평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흔이 넘어서도 거절하는데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미 좋은 사람이란 평판은 넘치도록 쌓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아닌 건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란 평판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p283
거절이 두려운 건 상대의 실망을 마주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다.
그 불편함이 싫어서 마지 못해 할 수 밖에 없었던
딱한 나를 편들어 줄 수 없었던 시간이 떠오른다.
여전히도 거절은 힘이 든다.
미음 받을 용기가 나에겐 더 필요하기에
좋은 평판 따위를 내던질 수 있는 패기와 용기가 간절하다.
마음 가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좀 더 많은 생각을 따지게 되는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나에게
나이들어서까지 그래야 할 소모적인 에너지를 써야할까를 반문하게 된다.
내 맘이 좀 더 편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지고 보게 되니
조금씩 거절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진 않고
상대도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에 상당히 놀라웠지만
꽤 괜찮은 경험치가 쌓여가는 것에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좀 더 꺾어지는 나이가 되면
마음의 결도 좀 더 유연하면서도 단단해지리라 생각한다.
마음을 두드리는 작고 큰 문장들을 만나
서툰 나를 조금씩 빛나게 해주는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설렌다.
그런 마음으로 좀 더 나이든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받아주며
오래도록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