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에서 노예로 데리고 온 여인 브리세이스의 이야기를
이렇게 만나보게 되니 영화 <트로이>가 먼저 생각이 났다.
아직 <일리아스>를 완독하지 못했는데
모처럼 영웅적 서사에 깊이 몰입해 읽다보니
<일리아스>를 다시 꺼내 읽어볼까도 생각중이다.
이 책을 보며 전쟁속에서 여성의 삶과
패전국 여성들의 모습과 그 참혹함을 보며 아찔하고도 공포스러웠다.
더욱이 이 책이 여성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의미 깊게 느껴졌다.
좀더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신화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다란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 알키모스가 왔고, 갈 시간이다.
나의 남편 알키모스. 조금 멍청할지는 몰라도 아킬레우스의 말처럼 좋은 사람이다.
모르긴 몰라도 바보와 결혼하는 것보다 나쁜 일은 많으니까.
나는 봉분에서 몸을 돌려 그를 따라 배로 간다.
그렇게 오래전 일은 아니지만, 처음에, 나는 아킬레우스의 서사에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했고,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의 이야기이다.
p434
남성 중심적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전쟁 속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의 입장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며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가족을 살해한 아킬레우스의 선택을 받아 노예가 된 브리세이스.
브리세이스의 시선에서 전쟁의 비극을 보며
하루 하루 침묵으로 버티는 삶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왕비에서 노예로 전락한 브리세이스의 처한 상황을 보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처참한 현실감이
전에 읽던 영웅적 서사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여자 노예의 삶을 이렇게 생생하게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
패전국가의 전리품으로 살아야했던
처절한 여성의 삶이 마음을 울리고
뜨겁게 따오르는 분노와 좌절, 깊은 침묵을 통해
여성의 깊은 울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신화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가 엉켜있어서
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이지만 굉장히 흥미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당시의 전쟁통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자의 삶을 단순히만 생각할 수 없는
지금의 복잡한 현실을 투영하면서 해석할 수 있어 좋았다.
그 희생과 눈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숭고함을 잊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