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이들 -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유현정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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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이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유현정

빛바랜 종이를 보면 설레고 오래된 물건을 보면 수집하고 싶어지는 호기심 많은 왼손잡이다.

오늘의 감정을 매일 노트에 기록하고, 과거의 감정이 궁금해질 때는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는 종이들을 살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 미술사학을 복수전공했고, 〈포브스코리아〉와 〈월간중앙〉에서 기자로 일했다.

몇 년 전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대전역 근처 인쇄 골목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책자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즐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어린시절 항상 연습장으로 쓰라고

아빠가 모으시던 폐지의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수학 문제를 풀기도 했던

종이의 유익함과 즐거운 추억의 회상이 겹쳐져

재활용되어 잘 버려진 종이는 그렇게 아깝지 않다란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어른이 되어 쉽게 사고 쓰지 않는 빈노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가득 차지 않고 텅 빈 느낌을 얻기도 한다.

그럼에도 종이라는 물성이 좋아 이것 저것의 형태로

집 안 곳곳 많이도 가지고 있는 종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보면 난 꽤 종이를 좋아하는 편인가보다.

그런 종이와의 연대와 추억거리가 가득한 이 책이 그저 좋았다.

괴로움을 종이 위에 토해낼수록 마음은 진정됐다.

불편했던 감정을 가슴속에 담고 되뇌었던 것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불편한 감정은 쉽사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일상에서도 불현듯 머릿속을 헤집었다.

물론 종이에 그것을 썼다는 이유로 마음이 확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쓰기 전보다 더 평온해졌다.

p127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어릴때부터 폐지 위에 맘껏 그리고 끄적였던

별 것 아닌 행동이 어지러운 마음을 그곳에 풀 수 있었던

소심하고 작은 해소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종이를 좋아했고 더 집착하게 되었나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소소하고 소중한 물건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가만히 손으로 기록하는 것이 좋아졌던 것이

아마 그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들을 한데 모아 가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뿌듯해질 때가 많다.

별 수 없이 별 생각 없이 쓰다보니

제법 많은 이야기들을 토해왔던 종이 위의 글들이

나에겐 마음의 해우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는 필사를 비생산적인 행위로 판단했다.

누군가의 글을 따라 쓰는 일보다 그 시간에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필사를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필사는 누군가의 삶과 그가 겪어온 시간을 완벽히 이해하는 특별한 작업이다.

p159

사실 나 역시 필사를 맘 먹어 보진 않았었다.

최근에 평소 마음에 들어했던 필기구를 구입하면서

좋아하는 노트에 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너무 소중해서 읽을 때마다가 아깝게 여겼던 책을 꺼내

고심 끝에 필사를 맘먹게 되었다.

혼자서 경건해지는 마음과 바른 자세로

한 권의 노트에 완성되어질 책의 문장들을

하나 하나 옮겨적으며 얼마나 마음이 기울여지던지..

마치 내가 이 멋진 문장 속의 작가가 된 듯한

애정 듬뿍 창작의 욕구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이 맛에 필사를 하는 건가 싶어

끝나는 시점에서 느낄 그 쾌감을

매순간 묘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오늘도 뭔가를 사각거리는 종이의 질감을 맘껏 느끼며

몸과 부대끼며 사는 이 삶이 즐겁다.

이와 같은 유희적인 활동을 소중한 종이로

이어져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다.

영원히 사라져서는 안될 나에게 소중한 종이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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