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갈등이 시작하면 숨는 편이었다.
잘 제어되지 못하는 마음을
울분으로 토할 때가 있어서 숨는다.
오히려 나아지기는 커녕 혼자 스트레스가 커가는 걸 느끼고
감정을 불화살이 어디로 튈지 모를 불안으로 이어지니 많이 힘들었다.
한창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과의 갈등을
가장 큰 문제로 두고서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성장해 나갈 수 있고
회복이 될까를 고민하며서 책장을 넘겨보았다.
부모는 그동안 성공했던 방법들에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이 몇몇 영역에서 퇴행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부모들 역시 균형을 잃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그는 부모들이 이런 와해를 아이가 새로운 차원의 성장과 발달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며 예측 가능한 전조로 받아들인다면,
이 상황을 벗어나려는 "힘겨운 노력에 갇히는" 대신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았다.
p122
명확한 한계에 다다른 걸까 싶을 정도로
딸과 나와의 관계가 자꾸 불안정하고 어긋난다.
사춘기라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의 완벽주의적인 사고 안에 가둬두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감정에 압도되어 서로를 힘들게 하는 줄다리기를
어느 한쪽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분명 안다.
지금 어디까지 멀어졌는지 모를 불일치함을
어디서부터 복구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불화를 성장과 치유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
궤도 이탈처럼 느껴져서 힘들긴하다.
혼란을 야기한 신호와 단절이 늘 악순환으로 이어져왔다.
내밀하게 얽혀있는 상호작용이 계속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의미한 비난으로 감정을 파괴시켜 나가는 죄책감마저 느낀다.
어쩌면 자기 위로의 행동에 지나치게 빠져있는지도 모를 문제들을
수면위로 하나씩 떠올려 생각해보니
문제의 방향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일상적 트라우마란 자신이 안심과 지지를 기대하는 상대에게서
오히려 고립과 모욕만을 경험하는 것,
복구되지 않는 만성적인 불일치를 의미한다.
린지의 행동이 과거 기억을 상기시킬 때마다 프랭크 또한 린지에게 정서적 유기를 반복했던 셈이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부터 그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복구의 기회를 주고
관계를 더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되었다.
p226-227
회복탄력성이 수많은 불일치와 복구의 경험에서 생겨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반대로 트라우마 또한 반복되는 성질로
복구되지 않은 호된 불일치를 보인다는 것에 위협을 느낀다.
그런 행동을 일삼고 있는 건 아닌지..
청소년기의 아이와 갈등이 빚어지면
평온한 마음이 완전 부서져 버리고 평정심을 잃을 때가 많다.
어쩌면 내가 아이를 시험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 서툰 내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나이기도 하면서
사춘기로 인해 급격한 감정 변화를 보이면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아이를 상처주기도 한다.
부모에게서 안심과 지지를 얻고 싶었던 아이에게
기대에 실망하는 모습을 안겨줬던 건 나이고
그런 모습이 학습된 무기력처럼 아이에게 대물림 될 수 있다는 것이
겁이나고 숨이 막히도록 무섭다.
지금 나에게서 필요한 순간순간의 상호작용과
여러 불일치를 경험하고 복구를 위해 지속해야 할
마음의 평정심을 찾아나갈 힘을 길러야 한다.
뚜렷하게 내 안의 상처를 마주하지도 못하면서
비겁하게 어른이라는 이유로
많은 잘못과 실수를 한 쪽이 오히려 나였던 것 같아
관계의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을
나의 억눌린 감정을 회복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갈등이 치료되고 신뢰가 회복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