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를 게 없는 걷기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는 건
굉장히 멋스럽고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걷는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이다.
이미 걷는 내 모습을 생각으로 떠올리는 게 만드는
산책이라는 이 가벼운 단어가 좋다.
삶이 무거움으로 가득 눌려 있을 땐
더더욱 걷기를 마음에 품고 산다.
발걸음을 떼고 나오면 그만인데도
걸음보다 무거운 마음을 옮기지 못하고 미적거릴 때가 떠오른다.
막상 걷고 보면 사는 게 별거 없는데 말이다.
그런 가벼운 생각들을 툭툭 던져주는
일상의 클렌징이 난 산책인 것 같다.
"깊은 호흡, 몰입으로 똑같은 동작이라 생각되는 그 동작에서도 새로움을 찾으세요.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고, 먹고, 씻고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요.
그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특별함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아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할 뿐입니다."
p47
뭐가 그리도 바쁜지 별로 바쁜게 없는데도 마음이 분주하다.
잘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고
푹 잠들지 못하는 습관이 이어질 때가 많다.
생각이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로 지속될 때가 많다.
명상하는 시간을 따로 필요로도 하지만
걷는 행동은 생각을 내 발 끝으로 집중시키기에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걸을 때가 많아서 걷고나면
다리는 뻐근하지만 머릿 속이 잠시 비워진 것 같아서 상쾌한 기분이 든다.
마냥 걷는 것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겠냐만은
걷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굉장히 사소한 일이지만
일상에 쌓여있는 평범한 행동 하나 하나에
특별함들이 다 속속들이 숨어 있다는 걸 보면
매일을 살아가는 재미가 있어 꽤 흥미롭다.
사실 밤 산책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건 없다.
어디를 꼭 가야겠다는 목적도 없이 그저 집에서 오른쪽 길로 나가서 터덜터널 동네를 걷는 게 전부다.
조금 걷다 보면 한창 공사 중인 주택도 보이고,
아까 말한 방앗간, 깊 양옆 어린이집, 주민센터 그리고 밥집들이 대부분이다.
그 목적성이 없어서 좋은 건가?
p98
걸을 뿐이다. 단지 걷다보니 마음이 가벼워지고도 하고
문제들로부터 벗어나 쉼을 얻는 시간을 걷는 것으로 대신한다.
마실 나가듯이 동네를 걷다보면
요즘은 뜨거운 햇살에 대낮보다는 밤 산책을 즐긴다.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함꼐 걸어도 좋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복잡했던 하루의 짐스러움을
하나씩 훌훌 벗어버리는 기분이 든다.
여러가지로 산책의 묘미가 있다라는 걸
걷고서야 알게 되었다.
많은 걷기 예찬론자들의 이야기를
텍스트로만 느끼기보다
직접 본인이 걷고 느껴봐야 그 맛을 알게 되니 말이다.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닌데
걷고 나면 웬지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왜 인지.
발을 옮겨 걷는 행위가 주는 기쁨을 하나씩 누릴 수 있어 좋다.
오래도록 몸을 돌봐가며
살살 걸어다니는 이 재미를 오랫동안 지속하며 살고 싶다.
혼자 걸어도 좋고 사랑하는 이와 걸어도 좋을
모든 걷기의 시간들이
대단히 장엄하지 않아서 좋고
소박한 시간들 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산책이란 이 매력에 빠져 오늘도 내일도 걷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