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부엌 -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
진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시그마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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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진채경

직장인 10년차. 파이어족을 꿈꾸며 10년 후를 그려 보는 글작가. 보다 풍성한 프로필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궁리합니다. 책과 엄마와 음식이 좋아 추억으로 버무려진 우리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입니다.

그림 : 선미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오래도록 변함없이 다정한 위로가 담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지은 책으로는 『나의 서툰 위로가 너에게 닿기를』,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 『어떤 날에도 위로는 필요하니까』, 그림책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

추억의 맛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먹었던 음식의 모든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터지는 묘한 기분을 마주하게 만든다.

책 속에 담긴 음식의 위로와 엄마의 사랑이

지금의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기분마저 든다.

엄마가 김밥을 준비하는 날은 고소한 냄새가 나를 깨운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썰지도 않은 통김밥을 한 줄 먹고,

집을 나서기 전에 또 꽁다리를 몇 개 주워 먹는다.

엄마는 포일에 김밥을 돌돌 말아 나설 채비를 한다.

버스에 자리를 잡고 나면 군것질거리를 뜯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마무리는 김밥이다.

김밥을 한두 줄 먹고 잠을 자면 휴게실에서 눈이 떠진다.

그렇게 10시간 넘게 시골 가는 길을 버텼다.

p68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밥.

가장 물리지 않게 계속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에겐 김밥 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유독 엄마표 김밥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간다.

김밥 싸는 날은 아침부터 고소한 냄새가 온 집 안에 가득 매운다.

참기름 냄새와 볶음 나물 냄새가 뒤엉켜 있어

엄마 몸에 벤 김밥 냄새가 왜 이렇게 그리운지..

가끔 내가 싸서 먹는 김밥이 맛있긴 하다.

엄마의 손맛을 나도 이제 흉내 정도 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주부 경력이 제법 물오른 지금,

양조절에 실패해 매번 10줄이 넘는 김밥 산을 만들어 놓고

아침부터 점심까지 릴레이를 펼치지만

먹어도 먹어도 맛있는 김밥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생각난 김에 오늘 점심 메뉴는 김밥으로 해야겠다.

엄마는 그 좋아하는 것도 딸에게는 아낌이 없다.

같이 먹자며 반을 갈라놓고는 팥이 더 많은 쪽을 건넨다.

촌스러운 맛이라며 고개를 젓는 딸에게 뭐라도 더 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인가 보다.

p158

나도 어느덧 팥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예전엔 팥빵을 선호하지 않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경주 황남빵도 넘치도록 많은 팥이 부담스러워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일부러 찾아먹고 주문하는 빵인 최고의 간식이다.

여기 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입맛도 떨어져 밥을 씹어도 돌 씹는 것처럼 삼키기 힘들다는

친정 엄마를 생각하면 팥빵이 생각난다.

멀리 사는 엄마에게 황남빵을 택배로 보내줘야겠다.

입맛 없는 엄마를 위해 딸이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보니

이렇게나마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보내줄 수 있는 마음으로 대신한다.

음식에 담긴 마음은 굉장히 크다.

그 작은 위로로 오늘의 힘든 삶을 무사히 버텨내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이 남겨 있어서

읽는 내내 잔잔하고 조용한 위로와 공감이 마음을 자극시킨다.

아침 식사로 어제 끓여놓은 해물된장찌개를 보면서

해산물을 좋아하던 엄마의 식성을 딱 닮은 나도

엄마와 닮아가고 있다는 게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단순히 먹고 삼키는 것에 지나지 않은 행위이지만

음식은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위대한 선물과도 같다.

일상에 그런 행복이 산재되어 있음을

오늘도 기억하고 좀 더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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