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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평점 :
너 누구니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이어령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된 이래, 1972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중앙일보 상임 고문 및 (재)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하였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석좌교수를 지냈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ㆍ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디지로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차 한 잔의 사상』 등과 평론집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젊음의 탄생』,『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등이 있고, 어린이 도서로는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시리즈 등이 있다.
디지로그(Digilog)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는 그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현재 우리가 한때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디지털 기술은 그 부작용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해준다. 시대를 읽는 특별한 눈을 가진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척자이자 전도사가 되었다. 한국이 산업사회에선 뒤졌지만 정보화사회에선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음을 일찍부터 설파한 그가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다. 물리적 나이로 보자면 분명 노학자이지만, 그는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한 문명전환의 시기에 누구보다도 앞서 디지털 패러다임의 한계와 가능성을 몸소 체험한 얼리어댑터이다.
그의 서재에는 7대의 컴퓨터와 2대의 스캐너, 무선 공유기, 프린터 등 각종 디지털 장비가 자리한다. 7대의 컴퓨터를 직접 네트워킹했다. 그는 컴퓨터들을 이용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검색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지적 회로망에 연결한다. 그에게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뇌의 확장된 영역이 되고, 그가 선창하는 디지로그 세상을 몸소 살고 있는 인간임을 증명한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1963년 「경향신문」에 연재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된 글을 모은 것으로 처음으로 이 땅에 한국 문화론의 기치를 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이어령은 "젊은이의 기수" "언어의 마술사" "단군 이래의 재인"으로까지 불렸다. 또한 대만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임어당으로부터 "아시아의 빛나는 거성"으로 칭송받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저명한 문화 인류학자 다다 교수가 '그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동을 준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영문으로 번역되어 나갔을 때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문화를 최초로 분석해 낸 기념비 같은 것이면서도 '젊다'. 또렷하고 거침없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한국의 건축, 의상, 식습관, 생활양식에 대한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지적은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방대한 지식에 기반하여 한국의 풍습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하면서 동서고금의 사상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자유로운 그 사고방식과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글재주 역시 비상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 고전 문헌에 대한 자료와 그간의 일본, 일본인론에 대한 저자의 견해 및 비평을 피력하면서 문화 현상을 중심으로 일본인을 투시해 본,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그럼으로써 가혹한 분석이다.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대를 초월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인접국인 일본에 대한 피상적 이해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둥지 속의 날개』(상,하)는 1978년 월간 「한국문학」에 '의상과 나신'이라는 제목으로 8회 연재를 하다가 도중에 저자의 건강상 이유로 중단했던 작품이다. 분망한 나날과 가진 고초 속에서 저자인 이어령의 문학적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작품이라 그런지 세월이 갈수록 유난히 애정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70년대서 80년대의 초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원한 내면세계를 다루려 한 소설이기에 산업화·도시화라는 시대상황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광고라는 새로운 직업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문명 비평적 요소도 없지 않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여겨져 온 이어령. 문학박사, 교수, 장관 등 다채로운 이력과 타이틀을 지닌 그는 과거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러한 이어령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말하자면 '(무신론자의) 신앙입문기'라고 할까. 지식인 이어령이 아닌 그리스도교 신자 이어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영성'에 관한 참회론적 메시지와 함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생의 후반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어령. 존재 자체의 변화로 인해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 위에서, 그는 지성을 넘어선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세례를 받았고,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냈다.
시대의 지성인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예스24 제공]


우리의 젖가락 문화는 정말 하찮지 않았다.
그 속에는 엄청난 지혜와 삶, 문화와 정체성이 숨겨져 있다.
이어령 선생님의 꼬부랑 이야기로 시작되는 꼬부랑길을 가만히 눈으로 따라 걷다보면
문화유전자로서 젖가락은 정말 중요한 도구가 되었구나란 걸 금새 깨달을 수 있다.
스파게티를 먹을 때 눈치껏 포크로 먹다가도
내심 젖가락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보면
식사 풍습, 전통이 스며들어 있다는 걸 배제하진 못하는 모습 같다.
수저 하나로만 보아도 그 나라의 풍습이 보이지 않는가.
한국만이 금속젓가락을 쓰는 이유는 우리의 독특한 수저 문화와 함께 국물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국물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다르게 수저 문화가 발달했다.
그런데 나무는 물과 상극이니, 국물을 떠먹자면 자연 숟가락은 금속이어야 한다.
p87
나무가 아닌 금속제를 쓰는 젓가락 문화가
한국인의 식문화 속에 그 비밀이 숨어있었다.
신라 때 봉덕사의 성덕대왕 신종을 만든 야금술이
이 식탁에 금속젓가락으로 피어난 해석 또한 흥미롭다.
수저의 조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젖가락이 달처럼 둥근 숟가락을 보완하고
숟가락은 젓가락을 보완하며 직선과 원, 선과 면을 만나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이 상호성이 문화적 발전과 문화유전자로의 계승으로도 연결된다.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젖가락에까지 패권주의 경쟁을 끌고 들어와 한 나라가
패권을 쥐는 그런 아이아를 만들지 말자.
겉으로는 '아시아는 하나'라고 외치면서 속으로는 중화주의, 대동아주의를 꿈꿨던 때처럼,
서로 자기네가 아시아의 제일가는 나라라고 주장하는 못난 아시아인이 되지는 말자.
그것 때문에 항상 서구에게 밀리고, 제국주의 식민지가 되었던 게 아닌가.
p230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3국 모두 겪고 있는 젖가락 밈을 잃은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만해도 젖가락질을 잘 하지 못한다.
단순히 조작 유뮤가 아닌 삭막해진 식탁과도 연관이 있어보인다.
어른들과 둘러 앉아서 함께 밥을 온 가족이 먹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말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한 몫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체성을 잃어가고 문화유전자의 흔적이 희미해지는 지금
젖가락 정신과 문화가 잘 계승되어 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환경 위기를 두고 서로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듯
젓가락 위기 또한 협력을 도모할 때이다.
한국의 문화적 밈이라는 젖가락.
단순히 도구적인 측면을 넘어서 이어령 선생님의 해설은 허를 찌르는 것처럼 놀라웠다.
단순한 도구가 가진 정신과 문화를
하찮게 여길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통쾌한 해석에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지깽이 문화, 지게 문화의 원형인
우리의 작대기, 젖가락.
가장 대범하고 용기롭고 지혜로운 그 정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