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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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정지음
1992년 경기도 출생.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젊은 ADHD의 슬픔》이 있고,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을 출간 준비 중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나는 이미 게으름이란 감옥에 갇힌 몸이라 더는 약간의 범법도 감수할 수가 없다.

내 월요일은 일요일의 쫄병일뿐이어도 편집자님들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므로,

무엇이든 계속하여 적는다.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 삶,

그런 모호함을 유지할 작정으로만 굴러가는 삶도 있는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즐거운 나의 집 속에.

p174


뭔가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하루 하루다.


무료하기도 하지만 안온한 날 같아서 마음이 놓여서 좋기도 하다.


자칫 남들이 볼 때는 너무 집에 틀어박혀서

게으르게 사는게 아니냐고 이젠 좀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한다.


태생이 느리고 게을러서 그런지

대게는 불편함 없이 잘 지내며 산다.


행동 반경이 크지 않고 고작해야 집 안에서 하는 일들이 전부라서

동선이 늘 뻔한 편이다.


그나마의 책읽기와 글쓰기는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기분이라

이만큼은 게으르고 싶지 않으나 나태해질 때도 많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을 알기에 스스로를 다그치진 않는다.


자유와 방종 사이를 나도 고민하게 된다.


발전과 성장이 없어보이는 삶 같아서 별로일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내 집만큼 포근한 내 공간이 없기에

이 곳에서 난 안락함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먹고 즐기며 산다는 것에 만족하며 산다.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말이다.


나의 은둔은 '은둔'이란 단어의 고유한 의미대로 진행되진 않았다.

나는 인정한다. 내가 주변과의 긴밀한 연결감을 통해

내 자신의 선명함을 확인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러나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로 나갈 필요가 없음을 안다.

이제는 외출을 필요로 하는 제안들에 성가심마저 느낀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집이 너무 좋다.

p201-202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꽤 오랜 시간 집에서 머물러 사는 것에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의 적은 에너지를

꽤 오랜 시간 비축하며 쉬고 살아가고 있다.


모처럼의 외출과 약속이 잡히는 날이면

전날부터 마음이 분주해지고 뭔가 집중이 잘 안된다.


펑크내고 도망갈 궁리도 해보지만

여러가지 핑계 속에 숨는 것도 떳떳하지 않고 관두고 정면돌파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쉽게 지치는 체력 덕에 금새 방전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으로 들어선 내 비루한 몸을 보며 

수고한 나를 위로할 집이란 곳에서 꽤 오랜 충전을 하며 지낸다.


집순이가 별 수 있을까 싶다.


대단히 혁명적인 시도도 해보지만

본능적으로 기질적으로 타고난 부분을 구지 뒤바꿀 이유를 아직은 찾고 있진 못하다.


코로나 19 덕분에 불편한 관계가 억지 만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아서 좋다.


거북했던 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자발적인 만남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둔해지고 있는 듯했다.


다시 대면하게 되는 날을 생각하면 좀 아찔하다.


관계에서 이 정도의 거리가 지금 딱 좋은데

구지 좁혀가야 할 타협점을 찾아야 할까.


막상 상대 앞에서 할 말을 내뱉지도 못할 나란 걸 잘 알아서

그저 먼 거리에 있으면서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더 숨게 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위로 아닌 위로가 되고

그런 사람의 이야기가 나는 또 궁금하다.


그래도 내가 편하면 된 거 아닌가 싶어

관계도 생각도 조금은 간결하게 끝내고 쉬고 싶을 뿐이다.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넋두리가 늘어간다.


같은 호흡 속에 있진 않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조그마한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는 것 같아 만족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 책처럼 술술 읽혀졌으면 좋으련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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