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에린남
생각이 많아서 고민이었지만 생각이 많은 덕분에 쓸 수 있고, 그릴 수 있고,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이 많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즐겁게 살고 있다.
저서로는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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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YOUTUBE.COM/ERINNAM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끝나지 않은 마음 성장기
많고 작은 기분들이 모여 하루를 채워간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요즘
무기력하기도 뻔하기도 한 별 다른 특별함이 없는 심심한 일상이지만
매번 색이 다른 책들은
좋은 생각을 꺼내서 보여주기도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기도
아픈 가슴을 꽁꽁 싸매주기도 하면서
나와 잘 놀아주는 친한 친구와도 같다.
무수히 많은 시간 중에서도 오늘 이 책은
자그마한 친구의 소소한 일상에서 비롯된 작은 행복감을 나에게 선물해주는 책이었다.
두려움이 생길 때 마음을 붙잡지 않으면 쓰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버린 꿈처럼 내려두고 다시 도망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가까이에 다가선 부담감에서 멀어지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럴 땐 초보의 용기를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쓰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던 때를 생각했다.
p38-39
나는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더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제법 완성이 된 원고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두려움 뒤에 숨어버린 새가슴의 내가 또 발견되고야 마는 건가 싶다.
겁없이 뛰어들어 호기롭게 시작했던 글쓰기가
많은 책과 글속에서 내 글의 초라함이 그대로 느껴질 때면
그나마의 용기도 멀찍이 물러난다.
난 꽤 비겁하다.
끝까지 용기내질 못하니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곤란한 걸 알면서도 그러고 있다.
결과적으로 완성해야 할 글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손을 놓고서 그냥 읽는 독자의 삶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게 훨씬 편하다는 핑계 뒤로 숨었다.
대단한 글의 품격이 느껴지는 엄청난 작품을 만들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겁을 먹고 있는지..
가끔은 내팽겨친 원고를 만지작거리며
미련과 아쉬움에 펜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쓰고 있는 내가 멋있어서 괜찮은 나 같아서 시작했건만
이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왜 쓰겠다란 전선포고를 거창하게 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난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참 종아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대단한 목적과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닌
순수한 창작의 세계가 나에게 주는 멋진 판타지가 나를 다시 숨쉬게 하는 것 같아
그 안에 꽤 즐겁게 머물러 지내며 살아왔다.
장벽과 한계를 맞닥뜨리면서
손이 무겁고 마음이 경쾌하지 못하는 엇박자 속에서
계속 써내려가지 못하고 움츠려 있었던게 사실이다.
무턱대로 덤벼들던 초보의 용기를 생각하면
그 뒷 이야기를 근사하진 않더라도
나답게 마무리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복잡한 생각이 얽혀있는 한해가 마무리 되는 이 시점에서
몇 일 남지 않은 2021년을 보내고
새해엔 그 용기를 꺼내서 원고를 조용히 마무리 짓고
더 나답게 홀가분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계속 쓸 수 밖에는 뾰족한 다른 수가 없다.
동네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네 친구 한 명 없는 외톨이 신세지만 사실 그것이 더 좋다.
나는 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익명의 존재인 것이 편하다.
내 이름이 무엇인지,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 동네라는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전함과 안정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p194
동네 생활자인 나로서 굉장히 공감하는
또 다른 형태의 행인 1이 바로 나다.
낯선 동네에 이사온지 이제 겨우 한 달 반 지났다.
이 곳 생활에 일찍 적응하기 위해선
동네 친구를 사귀는 편이 좋겠다고 마음 먹고
가까운 곳에서 하는 독서 모임을 신청해보지만
내 마음에 부합되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쓸쓸하다.
여전히 사람을 찾아야 하나 고민해보고
맘카페를 서치하는 정도로
익명의 나로서 조용히 존재하며 이 동네의 행인으로 자리를 채우고 산다.
나를 아는 사람은 없지만 이따금 느끼는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행동에 제약이 없어서 편하다.
딱히 어떤 관심사를 쏟아서 잘 보이지 않아도 괜찮고
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걷다 들어가거나
맛있는 빵집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는
귀소본능이 바깥 생홥보다 더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니까.
언제까지 혼자 노는 이 생활이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덜 애쓰고 살고
안으로 에너지를 쓰고 모르며 살련다.
그래도 좋은 내가 되고 싶어
마음의 방향과 코드가 맞는 책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기분이 든다.
오늘도 나랑 잘 지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