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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한 편의 위로
황인환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대표원장으로 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효율성을 추구하고 정답을 강요하는 이 세상 속에서, 모호하고 정답이 없는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마음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그의 병원을 방문한다. 그중에서도 지역적 특성상 바쁜 일상에 지쳐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소홀해진 2030 직장인들이 많다. 무기력, 우울, 외로움 등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그는 답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이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키울 것을 제안한다.
시를 읽는 것은 삶의 불확실성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된다.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로 1년 넘게 《정신의학신문》에 글을 연재한 이유이다. 시와 같은 환자들의 마음을 읽으며 오늘도 진료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짧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시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오래도록 들여다보려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대한정신건강재단 상담의, 코로나생활치료센터 심리지원단 지정 전문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신의학신문》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트라우마 치료법 중 하나인 EMDR 트레이닝 코스를 수료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시와 마음이 닮아 있다는 저자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짧지만 맴도는 여운이 길고 깊은 시의 세계를 잘 즐기는 편이 못되지만
심연의 깊은 곳을 파고들어 마음을 울리는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묘하게 닮아 있는 이 둘의 매력을
책 속에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우리가 소중한 관계를 맺고 무언가를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건 인간이 외로운 존재여서인지도 모릅니다.
홀로 외롭다고 느낀다면, 지금 외로운 면을 베어 물고 있는 것뿐이에요.
시간을 들여 꼭꼭 씹어 소화하고 나면,
달콤한 부분도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외로움을 감수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바로 그 부분 말입니다.
p91
외로운 감정을 나혼자 느낀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모두가 외로운 감정을 느끼며 살고
홀로 버려진 마음을 느끼며 산다고 생각지 말자.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에서는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말한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산 그림자도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오는 것도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외로워서라 한다.
이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그 빈틈을 메우고자
애써 사람을 만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러나 늘 사람을 곁에 두고 살 수도 없고
늘 기쁨이 샘솟을 일만 찾아 다닐 수도 없다.
외로움이 느껴지는 빈시간을 채우려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통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홀로 외로움에 빠져 있을때 침대에 가만히 누워
이 시를 되내어보면 나만 이토록 외롭고 쓸쓸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에
슬며시 잠에 빠질지도 모른다.
나도 지금 외로운 한쪽 면을 씹고 있는지도..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은 내가 분명한데 꽤 낯설게 느껴집니다.
때때로 그것은 진짜 나와는 너무 반대라, 오히려 타인보다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몇 번이고 악수할 수 있지만, 거울 속 나와는 손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요.
p145
나는 누군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 해보지 않는가.
이상 시인의 <겨울>이란 작품에서
거울 속에 귀가 있는 나인데
내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개 있는 나.
거울 속의 왼손잡이인 나는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라 말한다.
다른 사람과는 웃고 떠들며 유쾌하게 손잡고 악수도 나눌 수 있지만
거울 속 나와는 손을 잡을 수 없는 게 뭔가 모를 허무함이 밀려온다.
타인에게 드러낸 나의 모습이 정말 나같은게 맞는 건지,
그 모습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극도로 피곤하다면
지금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고심해보게 된다.
집단 밖에서 나는 전혀 외적이지 못하고
내적인 면을 가지고 살고
역할에 지쳐있고 우울해하며 허무함을 느끼며 산다.
타인과 교류하는 나 자신이 가짜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융이 말하는 현대생활을 대처하기 위한 유용하고 필수적인 관계라 함에 있어서는
이런 나를 없어져야 할 모습으로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쉴 때에는 온전히 내 모습을 내보이고
하고 싶은대로 좀 내버려둬도 좋겠다.
입체적인 면을 두루 가진 나의 모든 면을
다 끌어안고 사는 내가 참 기특하기만 하다.
오늘도 고단하지만 잘 지냈으니까.
가만히 마음을 만져볼 수 있는 시 한편과 심리학적 분석이
고민이 많았던 인생의 물음에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다.
모처럼 시와 함께 마음을 다정하게 살필 수 있어서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