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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야기하는 책 읽기 - 가짜 이야기, 진짜 이야기, 이야기의 순간
조서연 지음 / 아우룸 / 2021년 8월
평점 :
삶을 이야기하는 책 읽기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조서연
대학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이야기하기 위해, 이야기를 읽고 씁니다.
인물과 사건을 ‘낭만’이라는
필터로 바라보길 좋아합니다.
삶의 순간마다 곁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듣길 즐깁니다.
가늘고 길게 오래토록,
그들과 ‘낭만’스럽게 살길 꿈꿉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기온은 찬데 책의 온도는 따스하다.
모처럼 온기가 스미는 책을 만나
읽으면서도 엄마 미소를 짓게 되는 책과의 만남이 행복했다.
어여쁜 마음으로 글을 다듬어 쓰고
함께 글을 읽고 담소 나누는 이들의 모습이
난 왜 이렇게 아름다워 보였는지..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웅웅거리는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또 반짝 빛이 난다. 순간 볼을 타고 내려오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오렌지타운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노인과 여자가 이 모두를 알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책이 나올 때 쯤이면 나는 이곳을 떠나 있을 것이다.
p36
나와 반하는 인물을 쓰기도
나와 흡사한 인물을 투영해 쓰기도
여러 모습과 형태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다.
생각의 방향이나 시선,
말하는 억양과 목소리, 삶의 태도 등
글을 쓰는 사람의 이모저모가 참 궁금하다.
네 것이 아닌 듯 내 것인 듯.
그 경계를 넘나드는 무언가가 작가가
창조해낸 세계 안에 있다는 것이 참 신비로워 보인다.
글을 쓴다는 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이라면
이 책이 또다른 영감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 같다.
책에 소개되는 일곱 작품들이 각기 다른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단편 중 <한나의 실험>에서
애정과 불안, 질투와 편애
내면의 복잡한 세계 속에서 시선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한나의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이, 옷장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옷들이,
신발장에는 다채로운 빛깔의 구두들이,
냉장고에는 수많은 통조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한나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 공간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자신을
누군가가 부러워하리라는 상상을 했다.
p203
지나치게 시선이 밖으로 쏠려 있으면 나의 행복감은
타인의 시선 안에 갇혀서 산다.
한나의 멋진 서재는 누구나 꿈꾸는 바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만 하더라도 무려 15종이나
초판본, 한정본, 희귀본을 가진 그 서재속에서 사는 한나의 세계가
정말 풍요로움 그 이상으로 보였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모든 것을 담아 아이들을 완성시키겠다는 의미로
딸의 이름을 바이올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미나.
미나를 보며 불신과 질투에 사로 잡혀 있는 이중적인 성격이
내면 안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되는 건
조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느껴졌다.
상대의 좋지 못한 점을 찾아서
스스로가 더 낫다라는 최면을 걸고 있는 그녀의 불안정함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상대를 간파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겉으로는 아닌척하는 교묘함이 오히려
자신의 덫이 될 수 있다란 생각을 하면
참 그 인생이 얼마나 괴롭고 고될까란 생각을 해본다.
같은 책을 읽고 딸과 이야기 나누었던 때가 떠오른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몇 가지를 탐독하면서
서로 나누었던 대화가 그림처럼 그려졌다.
함께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서로가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넓은 세계로 확장되는 기분이
모처럼 텍스트 속에서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들의 대화 속에 끼여들어
나의 심심한 입담을 더하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쓴 멋진 스토리 작업을
같이 읽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 아닌가.
이 맛에 더 쓰게 되고 읽을 거리를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읽는 편에 서 있지만, 언젠가 내 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가까워지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