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쓸모 -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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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서지현
교단에서 내려와 주방에 선 지 10년째.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게 된 대신, 꼼꼼하게 밥을 지어 식구들을 먹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철마다 나는 귀한 식재료를 어떻게 조리할지 즐거이 고민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좋은 식사는 곧 그 사람이 살아갈 힘의 원천이 되어 준다고 믿는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며 낮에는 끼니를 위해 주방에 서고, 밤에는 혼자 책상에 앉는다. 그렇게 밤마다 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글이 술술 쓰일 때는 밥이 잘 지어질 때만큼이나 행복하다. 오늘도 주방에 서서 무슨 음식으로 식구들의 허기를 채워 줄까 궁리한다. 갓 지어 낸 음식의 향미와 밥상을 둘러싼 푸근한 이야기를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필요와 쓸모..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겐 끊어낼 수 없는 식욕.


그 세계를 맴돌며 꾸준한 관심과 공을 들이며 산다.


그런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나에게 환영받을 수 있으며

이웃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늘 궁금하다.


'허기'짐에 대한 단상들을 떠올려보며

지금도 군침이 도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삶이 팍팍해서인지 더욱 먹는 것으로 낙을 삼는

소소한 일상이 되풀이 되는 매일이 심심하지 않다.


찬거리를 바꿔가며 매일의 입맛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집밥 안내서가 되는 따뜻한 이 글의 온기가

마음까지 두둑하게 채워주니 나에겐 더없이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런 음식의 위로와 사랑은 언제나 환영이다.


멸치 육수로 맛을 내고 새우젓으로 감칠맛을 더한 요리였다.

제법 간간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왠지 안심되는 맛.

땀을 뻘뻘 흘려 가며 계란찜 뚝배기 한 그릇을 비워 냈다.

엄마의 계란찜을 먹고 나서야 오랜 타향살이의 여독이 풀렸다.

p52


자극적인 입맛이 당길 때가 종종 있다.


바깥 음식은 먹고나면 헛배가 부르고

속이 든든하다기보다 더부룩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화 기능이 약해지는 탓에

집밥을 찾게 되는 것도 이유가 되겠다.


별거 아닌 찬거리라도 고슬고슬 지어낸 밥 한그릇이면

끓여놓은 탕을 다시 데워 먹어도

든든하고 편한 속에 힘이 난다.


결국 집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나이 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화려한 미식의 세계보다 정갈한 집밥이 난 촌스럽지만 좋다.


어쩌면 난 밥 짓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주방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며 투덜댄 건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던가.

한 끼 한 끼 밥을 지어 내고 내 작은 살림을 매만지는 일에 이토록 속 싶은 애정을 품고 있었을줄이야.

p178


내 마음도 이 글에서 들켜버린 듯하다.


익숙한 일이 되어버린 가사 노동도

이젠 나에게 제법 어울리고 몸에 벤 습관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었다.


이런 고백이 이토록 주저할 일이었던가.


못내 이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늘 푸념과 한숨이 난무하는 주방이긴 하지만

제법 이젠 빠른 손놀림으로 뚝딱 음식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나도 뭔가 요리의 고수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툴툴거리면서 주방에 서서

오늘도 똑같은 일과를 묵묵히 해나가면서도

내심 하루를 끝내며 잠자리에 들면

가족들에게 집밥을 해먹였다는 뿌듯함으로 달달한 잠을 잔다.


그런 묘한 속내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살아왔다.


내가 이토록 집밥을 사랑했었나 떠올릴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던 매일의 제식 활동처럼

나는 그렇게 부엌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무르익고 있었다.


꽤 괜찮은 중독처럼 집밥을 사수하려는 마음이

내 가족들과 나의 건강을 챙길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책을 읽으며 내일의 메뉴를 머릿 속에 정리해보며

늦은 밤 냉장고를 뒤져본다.


집밥이 안겨주는 희열은 지금도 앞으로도

나에겐 빠지지 않는 소확행이 분명하다.


그대서 내 주방을 사랑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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