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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될 리 없음!
윤수훈 지음 / 시공사 / 2021년 7월
평점 :
계획대로 될 리 없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윤수훈
(shun)
계획대로 잘 안되는 사람.
어렸을 땐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어 그림을 그렸지만 스무 살에 돌연 뮤지컬을 시작했다.
서른하나가 된 지금은 다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루하루 여행하듯 살기로 했다.
틀어진 계획의 여정에도 순풍을 타고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명을 순(純, 순할 순)이라고 지었다.
지은 책으로 『취야진담』,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 『그냥이 어때서』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shunyoon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정말 계획대로 되지 못했던
작년와 올해의 많은 일들이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되었기도하다.
여행을 가보겠다는 의지가 샘솟지도
이따금 나가는 산책으로 만족해야 할 수준에 머무는 생활이라
누군가의 여행기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금의 상황에선 더더욱.
그런 변수와 엇나가는 계획들 속에서
부딪혀 나가는 여행의 일상이 그저 그립기만하다.
책을 읽고 덮으면서도 잔상과 꿈 속에서
나는 여행을 다시 계획하고 싶어졌다.
당장 가진 게 없던 여행자인 나는
'그럼에도 걸어보는 마음'으로 여행했다.
돈이 없다고, 친구가 없다고, 우울하고 슬프다고 마냥 멈춰 있을 수는 없다.
걷다 보며 걷길 잘했구나 싶은 순간들이 오지 않을까.
p117
여행은 인생과 닮아 있다.
잘 계획된 기분좋은 여행을 기대하다가도
변수가 많은 여행 길에 망함을 선언할 때도 있다.
오지 않았더라면 시간도 돈도 낭비하지 않았을
안타까운 마음을 곱씹기도 한다.
때로는 기대치 않은 짧은 행선지에서
유쾌한 영감과 좋은 에너지를 얻어온다.
그 맛에 살아갈 힘을 더해서 살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가고 보고 하고 보면
후회와 미련이 남는 여행이라도
행동으로 옮겨진 그 순간은 반드시 기억에 남게 된다.
내가 살아간 역사이자 시간이니까.
그런 여행이 요즘은 참 그립기만하다.
이 도시는 물 위에 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동시에 소중한 무언가를 지켜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길이 없지만, 도시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감히 상상해볼 만하다.
어떻게 지었을까 싶은 물 위의 아름다운 가옥들과 운하를 가로지른 돌다리들.
커다란 노를 열심히 젓고 있는 곤돌라 위의 곤돌리에 아저씨와 세상에 둘뿐인 듯 진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p261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그저 텍스트로 느끼고 반응할 뿐이다.
여행의 갈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언제쯤 현실인 듯 상상인 듯
구분이 필요한 여행이라는 실체를
두발로 걷게 되며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불이 꺼지지 않는 베네치아의 밤길을 난 걸을 수 있을까.
그 아름다움을 마냥 상상하고 그려내야 한다는 것에
많은 미련과 답답함이 남는다.
누군가의 기록을 살펴보지 못하고 있노라면
더 지독하게 그리움과 우울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경험하고 다녀왔던 그 이야기들을
세세히 알려주는 다정함이 참 고마운 때이기도 하다.
당분간의 여행은 이렇게 누군가의 여행기로 대신하게 될테지만
언젠가 그곳에 내가 가 있기를 바래본다.
나의 망한 여행기가 되었든 안되었든
여행이라는 경험은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을 살게 될 줄 몰랐다.
이것도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고
올해 지난 해 엄마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을 계획해두고도 떠나지 못했다.
망한 여행기가 이토록 진한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으로
마응에 콕콕 와 닿을 줄이야.
내년 이 맘때쯤이면 미뤄둔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역시나 계획대로 될 리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