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기 좋은 방
신이현 지음 / &(앤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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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 방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신이현

1964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났으며, 계명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94년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살림, 1994)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녀의 하루는 집 앞 빵집으로 빵을 사러 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음에 나올 책을 위해 파리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다 맛있어 보이는 빵집에 들러 저녁에 먹을 기다란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맺는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글쓰기는 새털처럼 부드럽게 설레는 즐거움이다.

오랫동안 파리와 프놈펜 등의 도시에 살다가 현재 한국 충주에 정착해 와인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갈매기 호텔』, 『잠자는 숲속의 남자』와 에세이 『알자스』, 『루시와 레몽의 집』, 『에펠탑 없는 파리』, 『열대 탐닉』, 『알자스의 맛(그래픽노블 공저)』, 번역서 『에디트 피아프』, 『야간 비행』 등을 펴냈다.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은 1994년 데뷔작으로, 출간 당시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와 윤리적 논쟁으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작품이다.


[예스24 제공]





1994년도에 출간한 신이현의 장편소설이

재출간되어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에 적지 않은 충격과 여윤이 가시지 않아

무거운 공기 속에서 몸도 마음도 긴장해 있었다.


주인공 윤이금은 안전한 울타리가 없는

다소 철없고 무책임하며 즉흥적인 삶을 사는 듯 보여

계획적인 내 사고 안에서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불편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철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서성거려야 했다.

속으로는 항상 '좀 즐겁고 싶어', '좀 자유롭고 싶어'하고 중얼거렸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p39


자신을 태어날 때부터 불안에 잠식된 존재라고 하는 이금.


살아가야 할 방향성도 없이 그저 한순간도 단단하지 못하며

매번 흩날리듯 불안에 떨고 있다.


인생의 스승 따위를 찾아볼 수도 없었고

자신의 인생에 황홀한 순간이 언제 올지 또한 절망하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직장 생활도 학교와 가정도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인 것이 없었다.


의지할 수 없는 부모의 존재와 복잡한 가정사 안에서

숨이 막힐 법도 해보였다.


불안에 떠도는 삶이라고 해야 할까.


결혼 또한 억압이었고 희생이 강요된 속박이

그녀를 더 숨막히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그녀는 늘 떠돌고 있었다.


소라 속처럼 둥글고 은밀하게 숨어들이기에 좋았던 방.

p145


어긋나버린 그녀의 삶에서 그 방은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쾌락과 환희 그 자체였던 것 같다.


태정이란 남자가 살고 있는 숨어있기 좋은 방은

아찔하고 은밀해 보이면서도 차선을 이탈한 듯 위험해보이지만

그녀에게선 유일한 돌파구처럼 생각한 것 같아 보였다.


그 후의 모든 비극 또한 그녀가 안고 가야 할 테지만

그러한 삶도 끌어안고 사랑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행복도 불행도 자신의 몫이니까.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걸치고 걷다가 또 어디 가서 몸을 구기고 잘 만한 곳을 찾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하는 인생.

우리 함께 힘 모아 더 좋은 인생을 위해 노력해보자고 애원을 해도

귓구먼에 들어가지도 않는 오늘뿐인 사람들.

p238


탄식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괴롭다고, 나 좀 구원해 달라고.


지독하게 외롭고,

맥 빠져 죽고 싶은 생각 밖에 없는 그녀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우울한 기분을 없애기 위해

빨리 잠에 들려는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완벽한 안락함이 그녀에게 다가오기나 하는 건지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더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 어쨌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와 함께 나는 신나게 웃어댈 수 있었다는 것이었따.


그것은 사랑했다는 것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다.

p278


이금이 웃을 수 있는 숨구멍이 바로 그곳이었다.


유일한 기쁨이 되는 남자. 그런 그와 온전한 사랑을 누릴 수 없었던

자신의 불안감과 흔들리는 삶이

무엇이든 오래도록 지속시키지 못했다.


끊임없이 외로워하며

행복하고 싶어 울음을 터트린다.


각자만의 숨어있기 좋은 공간 속에서 살길 우린 원한다.


그런 장소에서 내가 정화되는 느낌과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이금의 그 방은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고립되게 만들진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그 삶을 아름답다고 생각할 자신을 원망할 순 없다.


마지막까지도 그녀는 '남자'에 붙들려 있었다.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을 확인할 수 있었고

현실을 부정하고 원망하고 비통해 하면서

한스러운 자신이 새로운 판타지를 만날 수 있길 동경하는 걸까.


좀처럼 무거운 우울감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책이었다.


힘겨운 매일을 사는 이들에게

이금의 삶은 자기 그대로를 보여주겠지만

삶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모두가 자유할 수 있는 그 방을 찾아 때론 쉬어 갈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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