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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하현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일탈보다 일상에 관심이 많다. 《달의 조각》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를 썼다. 장래희망은 부유하고 명랑한 독거노인이다. (인스타그램 @2YOUR_MOON)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평범한 삶에서 재미를 찾아가는 가벼운 기분이 그저 좋아서
이 책을 넘기는 내 손도 경쾌해진다.
억지로 끼워맞추며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잘 풀리지 않아 자책했던 시간들로부터
좀 더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작은 것의 소중함을 되찾는
이 책의 작은 발견이 그저 좋았다.
그런 홀가분한 기분으로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면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낮잠도 즐기며
이후의 시간들을 천천히 보내며 책을 읽는다.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
그 안전한 고립감이 너무 달콤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p21
자발적인 고립이 애쓰지 않아도 즐거울 때가 있다.
제목을 보며 약간의 통쾌함을 느낀 건 왜 일까.
항상 의견을 앞세워 먼저 나서서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조용히 들키지 않게 유쾌한 기분을 숨길 수 없는
갑작스러운 펑크가 좋은 내가 이상한 걸까.
그냥 좋다.
영영 고립이 되어 살아갈 순 없지만
가끔은 무리에서 이탈해 내 멋대로 내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혼자 좀 멋대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시간이 전혀 예상치 못할 때 일어나 갑작스러우면서도 반가운 건
전형적인 집순이라 그런걸까.
아마도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우겠지.
어쩌면 행복과 용기는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끝날 걸 알면서도 찰나의 기쁨에 최선을 다할 용기,
계산 없이 기대하고 실망한 용기, 아플 용기,
다칠 용기, 외로울 용기, 의심 많은 겁쟁이는 결코 알지 못할 순수한 행복이 궁금해
그런 용기를 열심히 흉내 내 본다.
매번 실패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p162
인생에서 용기가 이렇게 많이 필요할 줄은
살면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함을
나이들면서 더더욱 실감한다.
제대로 된 용기를 내진 못해도 늘 그 언저리에서 흉내만 낸다.
그러다 얻어 걸리는게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게는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 앞에서 해맨다.
맘에 흡족할 만한 뭔가를 얻기는 늘 힘겹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위해 얻기 위해 노력은 한다.
그게 내 행복과 직결된 일이니까.
그렇게 보니 행복과 용기가 왜 같은 선상에 있는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건 일상의 활력이 되고 지친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p211-212
소확행에도 여전히 돈을 드는 건 웃픈 일이다.
냉장고를 털어 잔반 처리를 하며 티비를 보고
낮잠도 늘어지게 자보기도 하며
공짜 휴식을 마음껏 즐겨도 본다.
돈을 써서 즐거울 때도 있다.
단돈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이라도
큰게 아니더라도 작은 걸 사는 소소한 기쁨과 만족감,
거기서 오는 소유의 즐거움,
이를 즐기는 시간까지.
모두 연결선 상에 묶어져 있기에 소확행을 즐기기 위해
좀 더 돈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큰 지출이 아니기에 자족하며 지낸다.
혼자된 기쁨을 자유라 말하면서
고독 앞에서 쓸쓸해지기도 우울해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오락가락 변화무쌍한 하루 안에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산다.
살면서 더 그럴 날이 많아 다채롭겠지만
생각보다 더 재미난 일들이 많아
펑크난 약속에 혼자 몰래 흡족하며 뒤돌아 나오는 걸음이 가벼운 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싶다.
그런 나라서 좀 더 내가 좋아지는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