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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른 - 오늘을 사는 어른들
최별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오느른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최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외주 제작사 조연출로 방송 PD를 시작하여 2013년 SBS 〈SBS 스페셜-물 한잔의 기적〉으로 얼떨결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데뷔하였다. 콘텐츠 기획 제작 1인 프로덕션 〈눈길〉을 차렸으나, 2016년 MBC 경력직 공채에 합격하며 창업 3개월 만에 폐업 신고하고 MBC 시사 교양 PD가 된, 태어나니까 사는, 이왕 태어났으니까 열심히 살아보는 여자 사람 PD이다.
지금은 MBC 공식 라이프스타일 유튜브 채널 〈오느른〉을 제작, 운영하며 MBC D.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PD로 재직 중이다.
인생은 ‘경험의 총량’이라는 데 동의하며 최대, 최선의 경험을 수집하는 데 골몰하는 편이다.
수상 경력으로는, MBC 〈기억록, 100년을 탐험하다〉로 ‘2019년 차세대 미디어대전’ 방송콘텐츠 대상 부문 대상, ‘양성평등 미디어상’ 최우수상(여성가족부 장관상), 〈오늘을 사는 어른들, 오느른〉으로 2021년 제33회 한국PD 대상 디지털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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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따금 시골 살이를 꿈꾼다.
요즘 들어서는 그 빈도가 굉장히 잦아서
도심을 벗어나 소도시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란 생각에
겨울에 있을 이사를 두고서 고민이 많아진다.
'정말 시골로 훌쩍 떠나봐?'
사실 쉽지 않은 용기를 내야 하기에
결정 앞에서 늘 고심하게 되고 일보 후퇴하는 꼴이라
번번히 생각으로 그치고 말지만,
오늘도 그런 바램과 마음을 책으로 대리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의 모습도
내 하루의 찬란한 시간들도
뭐가 그리 바쁜지 물을 줘야 할 때를 깜빡하고 시들어가는 화분처럼
잘 돌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아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미쳤나 봐요.
그래도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었어요.
의자 위 무심히 얹어 둔 돌덩이마저 예뻐 보였으니까요.
사실 별 계획도 없었어요.
그냥 당장 좀 쉬고 싶었어요.
이 집을 보는 순간
아, 여기에서 쉬면 되겠다 싶었어요.
p48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에 살기로 맘을 먹게 되었다.
그 뿐인데.. 사실 어떤 말이 필요할까.
시골 살이에 대한 긴 말이 필요없는
담백한 이 말이 오래도록 곱씹어보고 싶은 구절이었다.
나의 필요가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반하고 놀라고 사랑에 빠지는 공간 안에서
일상이 반짝이는 기쁨으로 숨쉰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참이 느껴진다.
이 곳에서 사랑에 빠져 가는 걸 분명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집을 사고 싶었던 게 아니라
온전히 쉬고 싶었던다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르고 살아온 건 아닌지
돈 때문에 주어진 환경 때문에
이런 저런 핑계 때문에
내가 원하는 전원 생활은 먼 발치에서 쳐다만 봐야 하는
가슴 아픈 사랑으로 남을 것 같아 오늘도 미련과 걱정이 쌓인다.
이렇게 이대로 늙어버리면
나중에 얼마나 많은 미련과 후회가 남을지 짐작이 가기도 하고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다.
후련한 마음을 언제쯤 가져보게 될까.
이상해요. 불편할 게 없던 도시에서는
왜인지 자꾸 마음이 불편한내가 불편했었는데,
불편함 투성인 이곳에 와서야
나도, 내 마음도 조금 쉬어 간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제야 조금 편해집니다.
p141
뭐가 힘든지 뚜렷하게 말하지도 나타나지도 않아보이지만
그냥 좀 지치고 힘든 도시의 삶이 만성 피로처럼 늘 나에게 달려있는 듯하다.
분명 시골 가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 쯤은 알지만
살아보지 않아도 생각만으로 후련한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그곳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우고 싶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작은 내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언제쯤 그런 곳에 내가 있고,
내가 있는 그 곳이 그런 곳이 될까 모르겠지만
시골에서 먹고 사는 재미를 늦지 않은 시일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소한 것도 소중히 다룰 수 있는
나의 오느른 좀처럼 여유가 없지만
이유없이 좋은 곳에서 그 오늘이 더 설렘 가득한 시간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나의 벗이 되는 책과 함께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되는 그곳으로 빨리 달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