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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ㅣ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평점 :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니콜 슈타우딩거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남부럽잖은 연봉을 받으며 오래 일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당차게 사표를 던졌다. 이후 자신의 장기를 살려 커뮤니케이션 강사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 청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 가도의 초입에 서게 된다. 그렇게 인생의 제2막이 오른 순간 찾아온 것이 유방암. 그녀의 나이 고작 서른둘이었다.
현재 여성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지 않는 대화 기술을 서술한 베스트셀러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와, 힘겨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를 썼다.
역자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 《내 안의 차별주의자》, 《침묵이라는 무기》,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에세이 # 새드엔딩은취향이아니라
변수가 많은 인생 길에서
끔찍한 질병에 시달리게 될 걸 예측할 수 있을까.
지난 달, 갑작스럽게 수술을 하게 된 나도
질병과 삶에 대한 고민들이
다시 일상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실체를 맞닥뜨리고서
무너질 것만 같은 마음이
다시 되돌아온 삶 속에서 뭔가 새로워지는 마음가짐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삶에서 무엇이 그리도 중요했었는지.
내가 경솔했고 놓치고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들과
관리하지 못했던 몸과 마음 상태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렇게 깨달아가고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았다.
한창 젊은 나이에 끔찍한 암 투병을 견뎌내야 했던 그녀에게서
삶을 대하는 재치와 희망을 이 책 속에서 찾아보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시간을 가졌다.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패션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진단을 받은 이후 나 자신에게 뭔가 좋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맛난 음식을 먹건, 뜨거운 물에서 반식욕을 하건,
매니큐어를 새로 바르건, 옷을 새로 사건, 뭐든 좋았다.
그러니까 쇼핑은 기분전환이기도 했지만 나에겐 일종의 치료였다.
p112
그녀의 재치가 삶의 작은 부분에서 드러나서 좋다.
가죽 자캣과 어울리는 부츠를 사면서도
점원에게 자신이 유방암에 걸린 불쌍한 환자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면서도 애교있는 할인을 요구하는 웃음코드에
금새 다시 우울한 기분이 전환된다.
나에게도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이런 재치와 유머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본다.
암이라는 고통 속에 더 깊숙히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마음의 긍정을 경계하고
좀 더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말이다.
건강했다면 아마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해치워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정작 진짜 중요한 것을 놓쳤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무의미한 스트레스에 에너지와 시간을 몽땅 빼앗겼을 것이다.
p194
몸이 따라주지 못해 속도를 줄이는 것.
완벽하기를 내려놓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최소화 하는 것.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것이었다.
늘 집안 일로 분주하다고 이리저리 몸을 굴리는 통에
금방 바닥나는 체력에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할 때가 많아 후회될 때가 많다.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는데
쓸데없는 에너지와 시간을 몽땅 낭비한 셈이라
정작 돌봐야 할 아이의 마음과 살 부딪힐 시간들을
허락하지 못한 내 부족함과 미련함이 떠올라 괴롭기도 하다.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아침이면 이렇게 환하다가도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 세상이 깜깜해진다.
p314
변덕스러운 날씨 마냥 인생도 마찬가지다.
쨍쨍한 햇살이 내리쬐다가도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에 옷이 젖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게 흠뻑 젖은 옷이 말라
화창한 날씨에 보송보송한 옷을 다시 입고 나가는 산책은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 같다.
푸념과 넋두리가 난무하는 그런 이야기만은 아니다.
분명한 아픔과 고통을 자신만의 재치와 웃음으로
그리고 살아보겠노라 다시 일어서는 용기에 놀랐다.
주변인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행복들을 함께 발견할 수 있어서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부는 좀 더 유쾌하게
좀 더 흥미롭게 좀 더 내 맘대로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젠 좀 그래봐도 나쁘지 않다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제대로 맛보며 지내고 싶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