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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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길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레이너 윈
자연의 치유력과 캠핑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장거리 워커(walker). 3년여 동안 지루하게 이어진 법정 공방은 손수 일군 집과 농장 등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말았다.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었다고 느꼈던 그때, 남편 모스와 함께 영국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약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내셔널 트레일인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를 무작정 걷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음을 옮기면서 경험한 자연이 준 위로와 희망을 첫 책 《소금길》에 담았다. 출간 직후부터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며 위로를 선물한 이 책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스타 북 어워드’와 생태와 환경 분야 도서에 수여하는 ‘웨인라이트 프라이즈’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금길》 이후 새로운 터전에서의 정착 과정을 담은 《와일드 사일런스》가 있다.
역자 : 우진하
삼육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 테솔 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성 디지털대학교 실용외국어학과 외래 교수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와일드》, 《나의 기억을 보라》, 《2030 축의 전환》, 《붕괴》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우리는 그저 딱히 더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걷고 있을 뿐이라고."

p367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 속에서 우린 살아간다.


그 비좁은 틈을 따라 걷고 산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이며 그렇게 그 길 위에 서서 방황하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답을 찾으려 이 땅과 저 땅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좀 더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단지 걸어볼 뿐이라는 넋나간 듯한 소리가

나에겐 가슴을 파고들어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도전적이지 못하며 용기가 없는 소심한 나에겐

머물 곳이 없는 신세가 되는 건

외롭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비참할 것만 같아 감히 선택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낯선 길을 걷기로 마음 먹고서

아무런 얽매인 없이 그저 걷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이들을 통해서

나에게 섬광처럼 지나치는 깨달음이 많았다.



우리는 결코 건널 수 없었던 선을 넘어 텅 빈 반대편의 공간 속으로 우리 자신을 내던졌다.

그저 그러헤 차를 몰고 깨져버린 껍데기를 번어던지듯 떠나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걷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p67


남들이 보기엔 무모하리만큼 미친 짓이라 보일지라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길 위에서 무작정 걷기로 마음 먹고선 뒤돌아 설 수 없다.


그동안의 가졌던 희망과 꿈, 새로운 기대와 시작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 노숙자의 삶은

말그대로 부랑자나 방랑자라는 말을 대신할 다른 수식어가 없어보인다.


절벽 꼭대기를 따라 발목까지 빠질 듯한 야생화밭을 통과하는

고되고 유쾌하지 않은 길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걸을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죽을 것만 같은 일사병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길 위를 걸으며

엄청난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 나눌 생각을 거의 하지 않게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피질기저퇴행 증상이란 자신을 갉아먹는 미래를 떠올리기보다는

먹는 것과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란 사실.


먼 길을 걷다보면 온갖 고민들로 괴롭혔던 문제들로 분리되어

잡념들이 사라지고 지금 내가 걷는 길에 집중하게 되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다.


묘하게도 걷는 것이 나를 안심시키는 일이 되었고,

무책임한 행동이라 비난할지라도

사실 이 일이 정말 어리석은 일인지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도리어 무모한 여행이 가져온 치유의 시간은

역시나 그 길을 걷는 위에서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저렇게 선뜻 하던 일을 그만두고 떠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젊음의 특권이 아닐까.

오늘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내일은 또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

우리가 저 수평선을 바라보며 시간이 빨리 흐르고 있다는 걸 실감할 때

그런 확신과 믿음은 나이를 먹으면서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p378


때때로 자유롭게 떠나봐도 좋다란 걸

너무 늦게 깨닫지 않았으면 한다.


어디든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것.


꽤나 용기있고 패기 넘쳐 보이기도 하지만

다소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나

그렇게 나쁠 것도 없어 보인다.


나이 들어 더 이런 확신과 믿음이 사라진다면

언제 한번 내 맘대로 훌쩍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지..


내 삶에 보내는 죄책감은 그만 써내려가도 좋지 않을까.


나이든 노부부가 함께 자처한 배낭여행자라니.


이 긴 여정에 지친 심신이 형편없이 약해짐을 알면서도

자연 속에 모든 걸 맡기고 새로운 모습으로 일어서게 되는 과정들이

결코 아름답게 미화되지 않지만

맨몸으로 부딪혀 나가는 모든 파열음들이 너무 생생해서 더 찬란해보인다.


말끔히 비워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채워져 나갈 수 있는 빈 껍데기 안에 차오르는 희망을

이 책 안에서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알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신 것인지를 말이다.


감히 상상치 못할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를 여행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힘이 없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정처 없이 떠돌며 다닌 여정 속에서 함께 한 이들과의 만남은

더 큰 영감으로 다가와 오랫동안 고민했던 삶의 철학과 지혜를

우연한 기회에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걸을 수 있어서 걷기에

삶을 포기 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걸

매순간 깨달으며 살아가는 놀라운 기적들을

책 속에서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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