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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 일상을 이루는 행동, 생각, 기억의 모음 ㅣ 들시리즈 1
김설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3월
평점 :
사생활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전공보다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글쓰기만큼이나 고양이를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는 여유롭고 흔들림 없는 일상에 관심이 많아졌고, 매일같이 삶을 우아하게 만드는 잡다한 시도를 한다. 그 방편으로 미니멀 라이프와 맥시멈 라이프를 오가고 있다. 일요일 아침에는 독서모임 ‘서재가 있는 호수’에서 읽고 쓰면서 그럴듯한 글보다는 시시콜콜한 글로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는 조용한 욕망을 품고 있다.
저서로는 딸의 인생에 찾아온 우울증을 함께 극복하며 쓴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이담 북스)가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purpel3677
인스타그램 @boracat.kimseol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일상을 이루는 행동, 생각, 기억의 모음
매일 아침 따뜻한 물을 끓이고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의 주파수를 맞춰 놓고
아침밥을 준비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
그 시작이 늘 같아 조금은 지루할 법도 한데
이런 평범한 일상에 때론 게을러지기도 부지런을 떨기도 하면서
책으로 기웃거리며 다른 이들의 일상도 살핀다.
그런 조용하고 잔잔한 현재를 즐기며 사는
개인사에 좀 더 가까운 거리 안에서
독자로서 저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글을 쓰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까?
하고 꺼내 놓으면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에 그 주제로 책을 낸 적이 있다.
끊임없이 다른 주제를 찾아내도 매번 그렇다.
세상에는 고수가 많았고 야속하게도 쓸모 있고 꼭 필요한 소재들은 그들이 다 선점해 버렸다.
따라서 나는 형제가 많은 집에 태어나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없는 막둥이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실력이나 처지와는 상관없이 창작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속에 야심을 품는 법이다.
p18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혼자 검열하는 과정을 매번 거치면서
글이라는 벗과 일상이 늘 함께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아껴야 할 할 마음들을 깨달을 때가 많다.
열망하는 바에 대해 때론 관심 받기 위해
여러 갈래의 이유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쓰고 싶다란 생각을 품고서
매일 같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창작에 대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저자 역시 창작자로서의 애씀이
텍스트 안에 그대로 전달되어 있기에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쓰고 싶었던걸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 사는 게 비슷하지 싶기도 하고
조금은 특별나 보이기도 한 삶을
가깝게 호흡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라 더 좋다.
몇 년을 이렇게 사람에게 시달리다가 책이고 사람이고 다 진절머리가 날까 봐 걱정이 될 때면
가만히 눈을 감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 마음의 움직임과 질감을 천천히 더듬으며 자신에게 묻곤 한다.
고독한 애서가로 돌아가고 싶은지, 함께 읽음으로써 느끼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포기할 수 있는지.
이 질문 끝에 서면 결국 이렇게 대답한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싶어요.'라고.
p55
지금 나는 혼자 책을 읽는다.
고독한 애서가라는 말도 너무 거창해보이고
그냥 혼자 읽는다.
혼자가 편하고 대면이 힘들어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애써 모임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온라인 상에서의 만남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혼자 읽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익숙해져있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책읽기 오프라인 모임을 나가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사람과의 대면이 좋기도 하고
책과 연대하는 시간이 좀 더 친밀해지고
사람과의 부딪힘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할지 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은 혼자 책을 보지만
혼자만의 공상과 몰입이 꽤나 즐거워
내향인인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시간을 책과 보내고 있다.
책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생활도 보이는 듯하다.
책에 기대어 살고 글을 쓰며 나에게 좀 더 몰두하는 삶을
기꺼이 즐겁게 살고 싶다.
대단한 기쁨 따위를 느끼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고
그저 오늘의 하루에 집중하고 소소한 재미와
읽을 거리들로 가득한 이 작은 집에서
오래도록 내 일상을 가꾸며 살고 싶다.
소박한 기쁨과 슬픔이 스며있는 모두의 삶이
하나같이 같은 게 없어 지루하지 않다.
나도 당신도 그렇게 그런 하루를 천천히 흘려보내면 좋겠다.
시간이 허락한 선물을 조용히 느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