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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평점 :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리하
몇 년간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길 잃고 헤매는 동안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어쩌다 한 편씩 쓴 글들이 어느덧 저를 일으켜 세우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세상 모든 것들, 특히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그곳에 가닿기를 바라면서요. 저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정겨운 벗처럼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하고 청소년 소설 《추락 3분 전》, 동화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 《발차기만 백만 번》, 《빨래하는 강아지》, 《오공이 학교에 가다》, 《착한 동생 삽니다》, 《무시해서 미안해》 등을 썼습니다.
블로그 : BLOG.NAVER.COM/LEEHA517
브런치 : BRUNCH.CO.KR/@YEON0517
인스타그램 : @STORYLEEHA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품게 되는 때가 있다.
참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삶에도 우여곡절이 많아 늘상 마음을 쓰고 산다.
극심한 아픔도 세월 속에 무뎌져가는 걸 보면
그 또한 용기있는 삶이었고 충분한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런 세월을 보내고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발을 내딛게 된 모습에서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위로의 글이
오늘의 힘듦을 그냥 저냥 흘려버리게 만든다.
내내 끙끙 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연히 들은 클래식으로 인해 '내 삶도 꽃피는 어느 순간을 살며시 품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희망을 어렴풋하게나마 가질 수 있었다.
어리숙한 나에게 힘든 생활 중에서도 희망과 긍정의 순간을 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인생 스무 살에 끝나지 않아.
지금 별로라도 나중에 괜찮아질 수 있어.
네가 감당할 능력이 있기에 이런 시련도 온 거야.'
p51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디제이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같이 마음 아파하기도 하면서
귓가로 전해지는 짧지만 선명한 소리가 마음에 남아 있어 좋다.
특별할 것 없이 우연한 때로는 너무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 속에서 위로를 찾는다.
내가 라디오 주파수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힘든 순간을 이겨 나가게 만드는 큰 힘을 거창한 것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작지만 힘이 있는 거대한 울림이 좋다.
그게 음악이든 책이든 사람과의 대화가 되었든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좋은 것일테니까.
삶의 어느 한 시기, 의자처럼 기울어져도 괜찮다.
모두 끝난 것 같다고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진짜 삶은 기울어질 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모든 원망을 털어내면 다시 제자리에 우뚝 서게 되는 날도 올 것이다.
한낱 플라스틱 의자도 '바로 서기'를 한다.
우리의 기울어짐은 바로 서기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일 거라 믿는다.
p159
기울어짐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자기 수련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처음부터 반듯하고 끝까지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 좋겠지만
오래 쓰다보면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탈도 많고 손도 많이 가지만
오래 써서 정감있는 묵은 내 물건을
다시 고쳐 쓰는 것에 익숙해지면
어디 하나 흠집이 생기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무거운 생각에 짓눌리다보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조차 잃기 쉽상이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마련이기에
좀 더 무심하게 툭 털어버리는 연습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완전해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힘든 시간을 버텨온 것만으로도 이미 보수 작업을 꽤나 완성해가고 있기에
너무 많은 애씀으로 나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봄꽃들이 제법 피어 집에 또 다른 식물 하나를 업어왔다.
테이블 위에 두고 볼 작은 꽃 하나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하루다.
작지만 소중한 내 일상을 꾸려나가는 습관들로
내 감정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가고 싶다.
꽃도 좋고, 책도 좋고
좋은 것을 마음에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