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고독한 날 -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정수윤 지음 / 정은문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마다 고독한 날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정수윤
1979년 서울 출생. 작가, 번역가.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시작으로 미야자와 겐지 『봄과 아수라』,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이노우에 히사시 『아버지와 살면』, 와카타케 치사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일본 산문선 『슬픈 인간』, 사이하테 타히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등 시·소설·산문·희곡에 걸쳐 일본 근현대문학을 이끌어온 다양한 명작을 우리말로 옮겼다.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은 세계문학전집 한 질의 영향으로 문학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무엇을 꿈꾸며 살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학 작품을 번역하며, 꿈속처럼 살고 사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동화 『모기소녀』가 있다.
여러 분야 창작자들과 5년을 함께 보낸 공동 작업실 벽에 ‘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돌아보면 작업실을 오가며 늘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날마다 고독한 시절을 보냈다. 고독한 시간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순수한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日日是孤日(날마다 고독한 날)’이 언제나 좋은 날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나의 첫 산문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시로 쓰는 산문집은 많이 접해보지 못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더욱이 일본 고유의 시 와카.


낯설기도 하고 생소한 느낌이지만

번역가의 힘을 빗대어 풀어낸 이야기라

읽어내려가는 어려움이나 막힘이 없다.


두 언어의 조합이 낯설듯 싶지만 묘하게 스며들어간다.


여행의 추억을 단지 기억으로 더듬어봐야 하는 요즘

느긋한 마음으로 일본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그 풍경과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은 책 안에서 만나보았다.


곧 오겠노라 그대는 말했지만 늦가을 긴긴

밤을 지새우다 지새는달 보네

p124


사소한 기다림부터 특별한 기다림까지.


인생에서 기다림을 포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유들이

다양한 사연들로 얽혀있다.


나에게 또한 해마다의 기다림이 존재하고

사사로운 기다림이 기다린다.


아이가 무사히 학교를 잘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을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금요일 저녁이면 가끔 시켜먹는 별미 야식을 촐촐해진 배를 잡고 기다리고

먼 출장 길에 오른 남편을 그리움 가득 기다리며

주문한 물건의 배송을 설레임으로 기다린다.


기다림 속에 여러 마음들이 오가는 건

사람 사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출판사에서 연락을 기다리는 저자의 기다림 역시

기다긴 시간 공을 들여 쓴 글에 대한 보상의 시간들을

만끽하게 될 때까지 조급하지 않으려 마음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그 마음씀이라는 게

묘하게 공감되고 비슷한 면이 많아 보인다.


기쁨과 슬품 둘은 모두 똑같은 마음일지니

눈물 흐르는 데는 서로 구별이 없네

p127


여러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신 소설책 한 권이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상을 받게 되어 수상소감을 하게 된 저자는

울먹이는 마음 울컥하는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서

눈물과 웃음을 보인다.


스쳐지나가는 그간의 시간에 대한 서글픔과

영광을 돌릴수 있는 기쁨이 오가는 마음을

짧은 소감안에서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기쁨과 슬픔을 따로 보기도 힘들다.


여러번의 고배를 마시며 이직을 고민하던 때에

뜻하지 못한 진급 소식은 큰 기쁨이 되었다.


그간의 아픔과 설움이 씻겨내려져가는 듯한 기분에

눈물과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같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내 안에서 아직도 살아 움직인다는 게 묘하게 가슴 벅차다.


사이가 좋은 사람끼리 둥글게 모인 밤이면

비단 자르듯 싹둑 일어서기 아쉽구나

p224


생각이 시 안에 계속 머문다.


그리고 추억하게 되는 그 때가 너무 기분 좋아서 떠올리게 된다.


언제봐도 좋은 이들과 다시 모여

오래도록 앉아 이야기 나눌 그때를 손꼽아 기다린다.


내게 주는 기쁨이 이토록 사소했는지 몰라도

나에게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산다는 건

삶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속하게 만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때를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의 이야기로 밤을 지샐 그 날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