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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ㅣ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평점 :
작가의 마감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마감을 지킨다는 것.
생각보다 고된 일이란 걸 가늠한다.
글이란 게 술술 잘 풀리는 날도 있겠지만
한 글자도 전진하지 못할 때도 있기에
집필의 괴로움 속에서 늘 씨름하고 있는 작가들의 고충을
이 책 속에서 더 가까이 지켜보며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기가 찰 정도로 진전이 없는 슬럼프에 빠진 글쓰기에서
어떻게 헤쳐나올지 또한 궁금했다.
밥벌이의 괴로움이 마감으로 치닫게 되면서
삶에 불쾌감이 느껴지는 때는 얼마나 창작이란 고뇌가 몸서리치게 싫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써야만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마감 원고와 삶의 균형을 고심해보게 만든다.
쓸 수 없는 날에는 아무리 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나는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 안이다.
아니, 볼일도 없는데 여긴 뭐 하러 들어왔지.
밖으로 나오다 이번에는 격자문에 머리를 내리친다.
"으음, 으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따위 글을 써봤자 뭐가 된단 말인가.
그저 노동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 것을.
p43
나는 아침에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신문소설은 한 회당 원고지 네 매면 충분하니 금세 쓸 듯해도 펜을 들기 전에 이미 두세 시간 허비한다.
다 쓰고 나면 일이 고된 만큼 두세 시간 넋이 나간다.
결국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을 전부 신문소설에 뺏겨버리니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펜이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의 괴로움이란, 뼈를 깎아내는 것처럼 견디기 힘들다.
p121
글이 안 써질 때만큼은 몸에 있는 모든 활기가 다 소진된 느낌처럼
심연의 깊은 곳으로 침잠한다.
이런 시간을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이 겪는 시간이라지만
참 생각보다 괴롭고 힘겨워보여서
곁에서 지켜만 보고 있기 안타까워 보인다.
작가의 고통이 대중의 가슴을 때리려면
작가의 심장과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도 생각난다.
평정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란 여간해선 힘들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수포로 돌아가기도 하고
완전한 포기 선언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팽개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어느 장단에 놀아나야 할지를 모를 정도로
글 쓰는 일에 회의감이 휩쓰는 많은 나날들을
고독함 속에서 버티고 견딘다.
그래도 써야 한다는 의무와
지켜야 하는 마감.
성실한 의무 수행을 위해 고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작자들의 모습 속에서 다른 듯 같아 보이는 그들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의무로 쓰더라도 쓸 수 있는 상태에 있어서 다행처럼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위태로운 살얼음판에 서 있는 것처럼
숨통을 조여오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마감.
지켜야만 하는 마감이
작가들에겐 매번 한계를 부딪히게 만드는
자기 검열이라는 부딪힘과 싸우고 힘겨워하기에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창작의 세계에 쉽사리 발을 들이기가 어려워보인다.
그럼에도 완성된 한 편의 글 속에서
환멸과 기쁨, 눈물과 환희로
마무리 할 수 있어 누구보다도 열심히였던 그들만의 삶을 늘 동경한다.
지독하게 외로운 글쓰기 속에 빠져 울고 싶은 날도 많겠지만
그들이 그토록 글을 쓰게 만드는 힘도
그 안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책도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왔을 그들의 시간을 충분히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써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면
고심하고 있는 부분들을 이 책 속에서 털어내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