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인의 맛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역사추리소설 『적패』를 비롯하여, 『명탐정의 탄생』, 『개봉동 명탐정』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미스 손탁』 『멸화군』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어쩌다 고양이 탐정』 『저수지의 아이들』 『남산골 두 기자』 외 다수가 있다. 그 밖에 [을지문덕 탐정록] 시리즈, 『조기의 한국사』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사건 실록』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등의 역사서와 함께 쓴 작품집 『로봇 중독』 『대한 독립 만세』 『일상감시구역』 『모두가 사라질 때』 『좀비 썰록』 『어위크』,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등이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예스24 제공]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이 책에서 다루는 아홉 가지의 음식이 가지고 있는

한국사의 흐름을 따라 읽다보니 대중화 된 지금의 음식을

받아들이게 되는 태도가 조금은 바뀐다.


음식의 역사가 이토록 살벌하고도 장엄했나 싶다.


지금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들로

누구나 쉽게 사먹을 수 있지만

정치와 권력, 복잡한 역사적 실타래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다보면 음식의 가치와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인천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공화춘 짜장면을 먹고 싶어 가족들과 간 적이 있다.

워낙 지금은 짜장면이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 할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이 음식에도 애달픈 근대사를 거친 아픔들이 설여있다.


산둥의 전통요리인 짜지앙미엔이 임오군란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조선총독부가 화교들을 탄압해 요리집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인한

산둥요리의 대중화에 부채질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 미국의 잉여 농산물 지원 정책으로 대량의 밀가루가 도입되면서

짜장면이 서민들에게 공급될 수 있었다.


춘장맛이 일품인 공화춘 짜장 맛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년 한해 우리 가족이 외식을 거의 하지 못한터라 사뭇 더 그리워진다.


마살라에서 커리, 커리에서 카레로 변해간 이 각각의 음식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두 나라 모두 제국주의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p162


영국의 커리 파우더와 비슷한 카페 파우더는

우리 가정에서도 요긴한 음식 재료중 하나이다.


카레파우더의 국산화는 군대 막사에서 벗어나

가정집과 식당으로 퍼져 나가면서 생산량도 늘어나고 구하기 쉬운 재료가 되었다.


일본에선 학교와 군대에서 급식으로 나와 친숙한 음식이었고

선원과 병사들의 질병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한 음식을 찾아내 보급함으로서

점점 가정안으로 스며들어 가는 요리가 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한반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화되고

찬밥이 많이 남았을 때 할 수 있는 라이스카레로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카레라이스란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레토르트 3분 카레로 갑편히 먹으 수 있는 가정식으로 선보이며

다양한 맛과 형태로 대중화되었다.


카레 가루의 이점은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한

완성도 높은 요리가 되는 마법의 가루라 할 정도로 우리 가정 안에서도 참 사랑받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가 먹는 김밥의 시작이 어디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확실한 것은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소개된 노리마키가 오늘날 한국의 김밥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역사의 비극에서 비롯된 가로채기나 새치기일 수도 있고,

돈까스나 카레, 단팥빵처럼 외부의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킨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식민지라는 근대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변화의 흔적이기도 했다.

p220


쉽게 구할 수 있는 김이나 박고지를 이용한 일본의 노리마키.


밥과 시금치를 올리고 소금간을 한 계란을 넣어

설탕,간장으로 졸인 박가오리를 첨가해

발에 싸서 돌돌 만 형태.


다꾸앙과 절인 생강을 곁들인다는 노리마키를 보면 묘하게 비슷하다.


해방 이후 우리의 김밥은

고슬고슬한 밥에 초와 설탕, 소금을 조금 넣어 섞어두고

부순 생선살과 박가오리, 시금치과 당근, 표고와 왜단무지를 넣고 돌돌 만 모습이

지금의 김밥과는 재료가 다른 점이 많아보인다.


해방된지 얼마되지 않아 노리마키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본다.


지금은 더 풍부한 재료와 여러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과 삼각김밥의 등장 등으로

노리마키의 그림자를 벗어나 상징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 했다.


분식의 단골 메뉴이자 작년 한해 동안 주말이면 김밥을 싸서 먹었던 걸 생각하면

우리 가족에게도 국민들 모두에게도 굉장히 친숙하고 편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선보이는 아홉 가지 음식들만 봐도

얼마나 다양한 형태와 모습들이 변하고

우리 곁에 지켜지기까지 오랜 역사와 시간을 거쳐 우리 손에 닿게 되었는지

소소하게 살펴보는 재미는 물론이고 깨달음도 있었다.


문명인으로 서구화의 길을 걷고 있는

다양한 음식의 맛과 형태를 따라 떠나는

숨은 역사의 비밀의 흔적을 찾는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매혹적인 음식의 탄생과 담긴 역사적 배경을 천천히 살펴보며

그 맛과 멋을 더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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