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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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양지윤
사동초등학교 지혜의 집 도서관 사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매료되어 번역가를 꿈꾸다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사서의 일을 해온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지만, 도서관의 세계는 나날이 새롭기만 하다. 책에 둘러싸여 일하면서도 끊임없이 책을 갈망하여 동네책방에 자주 기웃거린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책방 독본》 《빨강머리 앤이 가르쳐준 소중한 것》 등을 옮겼다. 앞으로도 오래 책을 만지며 살아가고 싶다.

인스타그램 @JIYOON.LIBRARIAN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책과 관련해서 업으로 삼는 이들의 삶을 동경한다.


책방이 도서관이 나에겐 매력 만점의 공간이라

이 곳에서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고 싶다란 생각을 자주한다.


못다 이룬 꿈으로 남아서인지 늘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건

공부와는 별개의 취미로 남아 있는 독서가 한 몫 한다.


나에겐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즐거움도 좋지만

이 일로 고생스러운 나날이 될지라도

책이라면 이유 불문하고 감내할 이유가 이만으로도 충분해보였다.


그 실상과 내막은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로 들을 수 밖에 없지만

언젠간 내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사서는 혼자뿐이니 북큐레이션에 내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도 무척 매력적인 지점이다.

일본의 북큐레이터 하바 요시타카의 말처럼

"책장을 편집"할 수 있는 전권이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여 만든 '사서 추천 도서 코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당장이라도 구입해서 내 방 책장에 쟁여두고 싶은 책들로 서가 하나를 가득 채워놓았다.

p134


작은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답답하고 힘든 나날들로 기대와 설렘이 사라지는

첫 마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책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내가 꿈꾸는 판타지를 경험하게 될 날을 그리기도 하지만

현실에 뒤엉켜 살면 첫발을 내딛는 순간

다가올 어마어마한 무기력감과 헤매이게 될 마음들을

어떻게 가지런히 모아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만 같다.


그런 시간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경험치 못한 이 일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더 가까이서 느껴져 한껏 몰입하며 읽었다.


그럼에도 책의 거대한 우주 안에 나만의 취향 가득한

북큐레이터를 주도할 수 있는 묘미가 얼마나 짜릿할까.


가끔 내가 사보는 책들을 나혼자 몰래 구입해

도둑 고양이마냥 숨어 볼 때가 있긴 하지만

어떤 때는 같이 읽고 나눌 벗이 필요해보이는 책들도 많다.


책으로 연대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면

고단함의 허들을 신나게 넘어가고 있는 기분마저 들 것 같아 좋다.


'내 취향 가득.. 이 책 좀 같이 읽어 보자구요'


도서관의 주된 기능이 책을 오래 잘 보관한느 것이었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인 시대가 아니던가.


아무쪼록 도서관의 책들이 먼지 가득한 서가를 잠시라도 벗어나

콧바람을 쐬고 올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p202


지난 주에 잔뜩 가족 수대로 빌려온 도서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들도 서가의 먼지를 털고

좀 바깥 바람을 쐴 수 있어 기분이 좋으려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니 책을 보고서 웃음이 난다.


도서관이란 공간이 주는 위로와 기쁨이 나에겐 크기에

우리집 서재가 책으로 넘쳐 감당하기 힘들 땐

다 정리해 버리고 집을 미니멀하게 꾸미고

대신 도서관 옆 집으로 이사가서 살까 싶기도 하다.


농담 아닌 진담이라는 거.


책만큼은 아끼지 않고 사주신 부모님 영향이 커서일까.


책이란 물성이 주는 안정감이 좋아

읽고 또 읽으며 집순이의 신박한 아이템으로 항상 함께 곁에 두며 아꼈던 것 같다.


그렇게 종이의 질감과 냄새를 맡으며

오래도록 함께 머물며 살지만 단 한번도 질려본 적이 없어 참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많은 책을 다 살 수 없어 도서관을 이용하고

더 많은 이들과 좋은 책을 공유하고픈 도서관의 역할이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기에 고맙기만하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무인자동대출반납기에

아무 말 없이 서서 모든 과정들을 혼자 처리하고 나오지만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서의 자리도

좋은 책으로 가득한 공간도

그저 오랫동안 내 삶과 연대해 살아가고 싶다.


내년에 이사갈 곳은 좀 더 도서관과 가까워진 거리에서

사계절의 풍경을 담고 책으로 함께 채우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다시 도서관에서 봄날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사람과 함께 나누는 책 이야기로 풍성해질 기대해본다.


 함께 읽고 만나서 채워갈 온기를 느끼게 될 날을 기약하며

지금은 혼자 읽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하며 오늘의 책에 기대어 꿈을 꾸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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