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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평점 :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정재혁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전문지 《씨네21》, 여행지 《AB-ROAD》, 남성지 《GEEK》, 패션지 《VOGUE KOREA》 등에서 기자로 10여 년간 근무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7년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PUBLY’에서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 ‘쓰는 시대의 도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행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게스트 통역 업무, 교통방송 DMB 채널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본어 프로그램 레귤러 패널과 일본문화원 리포터 경력이 있다. 저서로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이 있으며,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를 번역했다. 현재는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사사로운 글을 쓰면서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반복되는 생활 패턴 속에서
대단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낸다.
생활 반경은 집 안에서 머무르는게 다이기에
딱히 어떤 일들이 일어나진 않지만
반복적으로 먹고 자는 매일의 일들이 요즘은 더 수고스럽다.
외식도 않기에 식구들 끼니를 챙기느라 하루가 다 가는 주부의 일상은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더 내적으로 가두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한 요즘이다.
집에 쌓인 책을 들춰본다는 건 내가 모르던 나의 계절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지나쳤던 풍경을 바라보는 '다가감'의 시간이다.
내게서 조금 떨어져 타인의 이야기에 잠시 멈춰보는 '마주 봄'의 시간이고,
무엇보다 '어긋남' 이후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계절의 이야기다./p30
매달 책을 사는 것으로 마음을 정렬한다.
요즘 같은 때에 쉽게 무기력해지는 기분을
책으로 달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져 한편으론 좋긴하다.
나쁨을 찾으라 하면 끝도 없기에
좋은 것을 모으는 걸로 생각을 흘려보내려 애쓴다.
그 중에 책읽기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새 책을 대하는 마음이 뭔가 늘 새로움을 맛볼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연결해주는 것 같아 마냥 좋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들과 굿즈들로
책장에 채워져 가는 마음의 양식들이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내겐 이런 작은 극장들의 재개관이 보다 더 '다시 시작하는 일상'처럼 느껴진다.
자본력을 등에 없고 좌석을 반만 열어 장사를 하던 극장에 이런 '재회'의 순간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는다.
내가 집에 돌아와 즐겨 찾던 동네 극장은 여전히 문을 닫고 깜깜 무소식이지만,
그만큼의 뭉클함이 기다리고 있을까./p110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덮쳤다.
우리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판단이
제발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지만
좀처럼 이 바이러스가 멈추질 않고 심해지니
매일의 확진자를 확인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니 참 우울해진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지가 얼마나 됐나를 생각하니
일년이 넘은 듯 하다.
작년 가을에 영화관에 간 뒤로 그 해 겨울 아이들이 감기로 아파서
건너 뛰고 지금까지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하나 둘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꽤 오래된 것 같아 서글프다.
올 한해 대단한 추억거리를 하나 남기지 못해 아쉽다.
안타까운 건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다.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작은 아이는
입학식도 개학날 담임선생님과의 만남도 해보지 못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 된 지금.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까.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막연하고 두렵기만하다.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내는 모두의 일상을
책이라는 또다른 연대 안에서 현실과는 다른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마도 삶의 도피처이자 즐거움을 이 시간에서 얻는지도 모르겠다.
피할 수 없기에 이 시간 또한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지를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려 한다.
다시 회복되는 일상들 속에서 주춤하지 않고 남은 나날들을
조금 덜 겁먹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