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급작스러운 어지러움증으로
메니에르 판정을 받고서 좋아하는 커피를 서서히 줄이다가
이제는 완전히 끊게 되었다.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들로 입의 심심함을 달래기도 했지만 속이 아려 이것마저도
나에겐 잘 맞지 않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어 서글펐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집에 놀러가게 되서 마신 차가
너무 구수하고 맛있어서 다양한 차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꽃을 말린 차부터
이전에 선물받은 홍차와 다기들을 꺼내 보았다.
묵은 먼지를 씻어내고 다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딱히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기보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머그컵 잔 가득 물을 부어
찻잎을 우려 먹기도 했는데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디데일함과 세심함이 엿보이는 차의 세계로 편안하게 끌어주었다는 점이다.
커피와는 다른 맛과 분위기와 멋이 차에는 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차를 내리는 시간이 참 좋다.
이런 여유조차 없었던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기도한다.
문득 그럴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맛을 즐기고
취향이 조금 변해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적당한 온도의 물을 끓이며
나에게 주는 차 한잔에 정성을 쏟는 일에 게으르고 싶지 않다.
오늘도 마음 쓸 일이 많았던 나에게 선물같은 시간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