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 차생활자가 전하는 열두 달의 차 레시피
여인선 지음, 이현재 사진 / 길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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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여인선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진행합니다.

홈베이킹, 기타, 로드바이크... 취미 유목민으로 살다가 차 마시는 일에 푹 빠졌습니다.

자주 오지 않는 휴가 때면 차 산지로 여행을 떠납니다.

INSTAGRAM @YEOINSUN_A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몇 해 전에 급작스러운 어지러움증으로

메니에르 판정을 받고서 좋아하는 커피를 서서히 줄이다가

이제는 완전히 끊게 되었다.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들로 입의 심심함을 달래기도 했지만 속이 아려 이것마저도

나에겐 잘 맞지 않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어 서글펐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집에 놀러가게 되서 마신 차가

너무 구수하고 맛있어서 다양한 차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꽃을 말린 차부터

이전에 선물받은 홍차와 다기들을 꺼내 보았다.

묵은 먼지를 씻어내고 다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딱히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기보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머그컵 잔 가득 물을 부어

찻잎을 우려 먹기도 했는데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디데일함과 세심함이 엿보이는 차의 세계로 편안하게 끌어주었다는 점이다.

커피와는 다른 맛과 분위기와 멋이 차에는 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차를 내리는 시간이 참 좋다.

이런 여유조차 없었던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기도한다.

문득 그럴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맛을 즐기고

취향이 조금 변해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적당한 온도의 물을 끓이며

나에게 주는 차 한잔에 정성을 쏟는 일에 게으르고 싶지 않다.

오늘도 마음 쓸 일이 많았던 나에게 선물같은 시간이니까 말이다.

밖에서는 활동적인 편인 내가 혼자 차를 내리고 명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입니다.

지난해를 벗고 새해를 입는 나는 아직 연약합니다.

1월의 나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은 백호은침의 여러니 맛과 은은한 향기가 어울립니다.

매년 이 차로 한 해를 시작하는것을 나만의 세리모니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p58

다가오는 1월.

이제 정말 얼마나 남지 않았다.

이달 초부터 꺼냈던 크리스마스트리가 거실 창가에 서 있는 걸 보면

12월의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올해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게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아

다가오는 새해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백호은침'이란 차의 이름이 순백처럼 느껴져 이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차 같다.

단맛과 감칠 맛을 가진 이 차는 여리지만 우아한 꽃 향기가 난다고 한다.

향이 강한 걸 좀 피하다보니 은은함이 피어오르는 부드러운 향과 맛이

내 개인 취향에 잘 닮아 있는 차 같아 보인다.

저자의 새해의 시작을 자축할 만한 이 차 한모금을 나도 어딘가에서 찾아

공수해와서 마셔보고픈 마음을 일게 한다.

내년 한해는 지금보다 더 고운 마음의 결로 살아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드러운 찻물의 감촉을 느끼고 싶다.

아직 추운 3월 초 주말 저녁,

미지의 바이러스가 국경 없이 무섭게 퍼져나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아픈 날들이었습니다.

모임을 자주 할 수도 없어 오랜만에 가진 따뜻한 찾자리가 더욱 소중했습니다.

p69

지금의 끔찍한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우리의 생활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을 말이다.

몸이 아픈 날보다 마음이 아팠던 날들이 더 많아졌다.

사람과의 만남이 줄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살아 남아야할지 걱정되서 밤잠을 설치며 혼자 고민했던 시간들도 많다.

그런 우울감에 눈 앞에 차 한잔조차 즐기지 못하는 각박한 마음이 나를 감싼다.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고 마시던 티타임은

이젠 너무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다.

지극히 평범했던 일들을 잃게 되었고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이 파괴되었다.

동방미인이라 이름하는 '청차'를 함께 마셔볼 날이 올까.

이 차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만,

달콤한 향기가 좋아서 우울한 기분을 업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차라 생각한다.

모든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함께 마시고 싶은 차이기도 하다.

단순히 차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을 떠나

그 안에 담긴 짧은 일화들이 더 마음에 오래도록 차의 향기와 함께 남는다.

아직 마시지 못한 차들이 너무 많지만,

서두르지 않고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각자의 개성을

내 입에 하나씩 선물처럼 맛보게 하고 싶다.

그런 재미 또한 없으면 삶이 꽤 지루해질테니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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