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뭐든 다 배달합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하영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지내며 정책 대안을 추구하는 사회비평 업무를 수행했다. 2020년에는 다시 뜻하는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라 불리는 현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노동을 하면서 기자로서는 알 수 없었던 삶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야식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불금을 그냥 지나치기가 늘 아쉽다.

그래서 어김없이 금요일 저녁을 가볍게 먹고 야식을 배달시킨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그날 그날 땡기는 음식들로 주문을 완료한다.

라이더들의 질주는 관심 외이고 내 눈앞에 배달된 음식에만 마음이 홀려있다.

요즘은 장도 인터넷으로 배달 주문을 시키다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이것저것 집 앞으로 배달이 된다.

날씨가 춥거나 더우면 도착할 상품보다도 배달 기사님들의 힘듦이 더 걱정스럽다.

온전하게 잘 배달된 물건을 보면 굉장히 반가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집앞에 작은 메모지에 수고많으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간식거리와 음료를 담아 지퍼백에 넣어두기도 한다.

요즘은 주로 배달의 민족을 자주 이용한다.

워낙 간편하기도하고 쿠폰까지 사용하면 제법 이득을 본 것 같아 야식 주문에는 어김없이 이용하기도 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삶을 그렇게 관심있게 살펴본 적이 없다.

단순한 수고로움 이상으로 깊숙이 그 고군분투하는 아찔한 배달의 세계를

이 책을 보며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쉬운 일이 없다는 걸 더 실감한다.

이 시대의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건 더더욱 말이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됨과 차도에서 아찔한 레이스를 벌이는 이들의 삶이

너무 고단해보여서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요즘 시국엔 더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존재감을 김하영 작가의 목소리로 재발견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다.

쿠팡맨의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쿠팡 노조는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쿠팡맨의 성과 측정은 기준 물량 처리 여부로 결정된다.

하루 기준 물량은 한 번에 140가구 안팎이다.

노조에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물량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많은 곳, 단독주택이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가 많은 지역과 같은 곳은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쿠팡맨들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무리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p62

쿠팡맨의 사고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배달 주문을 줄여야 할지 괜시리 내가 주문한 물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애를 쓰고 수고할 생각에 마음이 불편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우연히 티비에서 쿠팡맨의 일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입이 쩍 벌어진다.

가히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짐 더미 속에서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보였다.

분명한 건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기계처럼 이용된다고 해야할지

마음이 서글픔이 밀려왔다.

이런 생태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삶의 하루가 어떠할지 생각해보면

추운 날씨에 따뜻한 실내에서 먹고 자며 쉬는 내가 너무 호사스럽게 사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노동 환경이 더 나아지고 개선되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외면하지 않고 좀 더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배달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권리 보호와 강도 높은 노동의 질을 해소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째다'는 라이더들 사이에 신호위반을 뜻하는 은어다.

'깐다'라고도 한다. 신호 바뀌기 직전 예측 출발 정도는 양반이다.

반대편 차선에 차량 흐름이 살짝 끊어지는 잠깐의 틈만 있어도 번개처럼 튀어 나간다.

3000원에 목숨을 건다.

p104

위험 천만한 일들이 도로 위에서 매일 살벌하게 일어난다.

차를 몰고 나가면 아찔할 정도로 위험하게 운전하는 배달 라이더들의 모습에 심장이 쿵쾅거릴 떄가 많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은 치열하다.

돈 3천원에 목숨을 내 건다는 게 참 우스운 표현같지만,

이보다 더 정확히 그들의 삶을 정의내리는 명쾌한 문장은 없어보인다.

조금 늦게 배달되어 불어난 면을 보며 탓하기도 했던 적이 떠오른다.

상기된 아저씨의 얼굴은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카드 계산을 완료하고 가시 바빠하던 그 모습이 그 땐 많이 화가 났는데

몸 조심히 음식을 갖다 주신 것으로도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배달료 3천원도 비싸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목숨 걸고 일하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든 라이더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그리 큰 돈이 아니었을 것을 내가 너무 속 좁았던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집을 따끈하게 데워 책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괜시리 머쓱해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사님들..

오늘도 수고했노라 매일의 삶에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고 싶다.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날이 점점 추워진다.

강추위에 꽁꽁 언 몸이지만 이마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기사님들이

몸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천천히 오셔도 되니 조심히만 오세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