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초의 것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김대웅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나와 문예진흥원 심의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지금은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영어잡학사전』, 『커피를 마시는 도시』, 『그리스 신화 속 7여신이 알려주는 나의 미래』,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는 인문교양 174』 등이 있으며, 편역서로 『배꼽티를 입은 문화』, 『반 룬의 세계사 여행』이 있다. 번역서로는 『독일 이데올로기』, 『마르크스 전기』(1, 2), 『마르크스 엥겔스 문학예술론』,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루카치 사상과 생애』, 『영화 음악의 이해』, 『무대 뒤의 오페라』, 『패션의 유혹』(공역),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 이야기』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의식주 문화의 뿌리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사실 이런 물음을 애써 찾으려 하지 않기도 했지만

많고 많은 지식서들의 따분한 논리들이

크게 흥미롭지 않아 구태여 찾아서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책을 읽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손에 가지 않는 인문서도 괜시리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 표지 제목에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이란 문구가

이 책의 매력을 더했던게 사실이다.

뭔가 마음을 확 끄는 부분이기도 했다.

구지 나는 이만큼 안다는 식으로 대놓고 잘난척 떠들진 못하는 성격이지만

남들 아는 만큼 아니면 그 이상 알고 있더라도 나쁠건 없지란 생각에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뭔가 거대한 비밀의 문을 통과하는 엄청난 짜릿함이 몰려왔다.

다시 묻게 된다. 의식주의 뿌리, 그 근원, 최초의 것들을.

이 책에선 우리가 몸에 걸치는 것들과

주식과 먹거리, 생활하고 일하는 곳.

사람과 가장 친밀한 문화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탄생의 신비로움이 숨어 있는지

각 장의 에피소드마다의 재미와 흥미로움에 빠져드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고대 중국인은 복숭아를 먹는 행위를 영생을 구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진나라의 시인은 시로, 조각가는 조각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복숭아를 찬미했는데,

그들 모두가 복숭아를 영생의 의미를 갖는 과일로 묘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183

라틴어에서 유래되어 많은 식물학자들은 원산지를 페르시아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중국에서 영생의 상징물로 여긴 복숭아의 숨은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니 내가 먹는 과일이 달리 보인다.

미국 인디어들도 그 맛에 매료된 치명적인 복숭아의 매력이

작고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 이상으로 다른 숨은 뜻과

흥미로운 어원의 뿌리 또한 알게 되니 점점 책읽는 재미를 더한다.

네덜란드의 어떤 의사는 차야말로 모든 질병을 예방해 장수를 약속하는 영약이라고 한술 더 떴다.

프랑스의 한 의사는 차를 금세기가 낳은 가장 쓸모없는 음료라고 비하하면서,

차를 마시면 수명이 단축되고 특히 마흔이 넘은 사람들에게는 그 위험도가 치명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329

명백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두 의사의 말에

'차'의 효엄을 따지기보다 후자가 말한 치명적인 단점에 더 맘이 쓰인다.

나이 마흔에 진입한 터라 그런가 그 위험도를 감지하지 못했던가 싶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차 마시는 관습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이었다.

17세기에 접어들어 가정주부들이 차를 마시게 되면서

집안일에 소홀해지며 무기력해진다는 걸 지적하는게 참 우습기도 했다.

차 마시는 데 시간이 든다는 점에서

영국 경제를 침체시키는 원흉이라는 공격의 발언은

참 논쟁 자체로 재미있는 기사 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건지

지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차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가 꽤 흥미롭긴하다.

동물원이야말로 '현대판 노와의 방주' 노릇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과연 행복할까?

인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세워진 동물원은 거기에 갇힌 동물들의 고통과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중적 공간일 수밖에 없다.

p452

이 문제만큼은 웃어 넘길 수 없다.

멸종 동물들을 위험으로 보호한다는 명분으로는 도저히 설명히 불충분하다.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인간에게 단순히 흥미로운 구경거리 이상으로 보여지지 않기에

볼거리로 인기몰이에 상업성을 더하는 쇼는 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로마시대엔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기반으로 큰 규모의 동물원을 지어 관람했다 하는데

제국주의의 열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감추어진 진실 속에 가슴 아픈 현실을 떠안고 사는

동물들의 생활에 기가 막힐 뿐이다.

어디까지가 자연 보호차원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인간을 위한 공간 이상도 아닌

동물원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씁쓸함만 느낀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한 생애의 운명이

얼마나 비참할지 재성찰해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일상에 둘러싸고 있는 의식주의 다양한 문화들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파고 들어가

흥미로운 배경과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읽기 쉽게 잘 쓰여진 이 책은 딱딱한 인문서의 편견을 버리게 한다.

다양한 소재만큼이나 방대한 지식들을

한권의 책에 담겨진 원석의 모습을 하나 둘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의미있었다.

좀 더 일찍 잘난 척 할 기회를 가졌더라면

꽤 똑똑하단 소릴 들었으려나 모르겠다.

분명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부분들을

원포인트 레슨처럼 꼭 짚어 잘 설명된 이 책의 매력에

한번쯤은 빠져보시길 바란다.

맨 처음, 그 최초의 것들에 비로소 눈 뜨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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