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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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오덕렬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교육자이자 수필가로,

‘방송문학상’(1983) 당선과 한국수필 추천(1990)으로 등단하였고, 계간 ?散文?를 통해 ‘산문의 시 평론’ 신인상 당선(2014)과 ‘산문의 시(창작수필)’ 신인상 당선(2015)으로 창작수필 평론가와 창작수필가로 재등단하였다.

수필집 〈복만동 이야기〉 〈고향의 오월〉 〈귀향〉 〈항꾸네 갑시다〉, 수필선집 〈무등산 복수초〉 〈간고등어〉, 평론집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등을 펴냈다.

광주문학상과 박용철문학상, 늘봄 전영택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모교인 광주고등학교에 교장으로 재임 시절 ‘光高문학관을 개관하여 은사님 16분과 동문 작가 98분을 기념하고 있으며, 광주고 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5월에 광주전남 중·고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 편찬 중이며,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으로 수필의 문학성 회복과 창작수필(散文)의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 책을 읽기 전에 하루 한 편씩 아껴서 읽으라는 당부의 말에

마음이 느긋해진다.


재촉함 없이 천천히 책을 읽는다는 게 정말 쉼이고 힐링이다.


보고 싶은 책들이 쌓이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 책도 저 책도 얼른 읽고 싶은 마음에 다급해지면

자칫 책에 몰입했다가 금방 빠져나와 다른 책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깊은 사색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하루에 한 편이면 뭔가 너그럽다.


여유도 부려보고 천천히 글을 곱씹으며 읽게 된다.


제대로 된 사색의 시간이며 쉬어가야 할 때에 이 책을 만났다.


고향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6.25 난리통의 깜깜한 밤, 멍멍개가 마룻장 밑에서 강그라지게 짖어대던 그 무섭던 지난날을 모두 정화시킨 고향...

무엇 하나 풍족한 것이 없었던 고향이다.

"누구나 등에 고향이 있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다.

그렇다. 우리는 등 뒤에 고향이 있어 얼마나 위로를 받는가.

타관 생활에 지친 사람은 감나무 그늘에서 고향 샘물을 마실 일이다.

고단한 세월도 고향 앞에서는 스르르 녹을 것이다./p65


돌아갈 곳이 있는 집.


부산, 내 고향.


친정을 떠나 온지 16년이 흘렀다.


결혼과 동시에 출가하게 된 타향살이에

가끔 서글프고 감정이 복받이는 날이면 그렇게 부산 집이 그립다.


부모님 두 분이 다 돌아가시고 외톨이가 된 친한 언니를 보면

돌아갈 곳도 쉬어갈 뒷 배경도 없어 얼마나 쓸쓸할까 싶다.


항상 마음이 아린다.


밖에서 굳은 일을 하고 돌아와도

시집 살이가 힘이 들어도

육아에 지쳐 고단한 밤이면 가고 싶은 고향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갈 곳이 있어서 힘이 나고 그 곳에 내 부모님이 계셔서 위로가 된다.


요즘 같은 때엔 전화 통화로만 서로 안부를 묻고

만날 기회 조차도 가질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거란 기대를 잊지 않고 있다.


내 고향은 따뜻한 남쪽 나라이기에

그곳에서 얼어 붙은 마음도 몸도 녹이고 싶다.


함박눈은 할아버지의 허연 수염에도 생활의 흡족한 기운을 돌게 한다.

아파트 살림이 시작되면서 암만 가야 마당 한번 쓸 길 없던 할아버지는

 눈을 쓸어 손자의 등굣길을 내주는 보람에 차리라.

빗자루를 통해 대지가 받은 하늘의 축복이 파문처럼 전신에 퍼질 것이다./p178


우리집 두 아이가 기다리는 함박눈.


올 겨울도 어김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갇다주는 선물 꾸러미와 함께

눈을 세상에 뿌려주면 더 없이 아름다울 밤이 되겠지.


겨울의 낭만은 눈이다.


대게는 가만히 내리는 눈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창밖의 싸늘함이 무색하리만큼

흰 눈이 나에게 주는 따뜻함이 좋다.


두 아이는 때를 놓치지 않고 분명 나를 끌고 나가

눈사람을 만들자고 조르겠지.


뭐 이것도 다 추억이라며 누가 더 크게 만드나 기합도 겨뤄보고

신나게 놀다와 그 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면

겨울 밤에 소복히 내리는 눈을 보며

엄마는 잠을 이루지 않고 창 밖을 내다보며 쉰다.


그 시간이 추억이고 사랑이었다.


급할 것도 없이 천천히 살아도 좋을 인생 길이기에

더 음미하며 책을 보니 내 삶이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셔가며

깊은 사색의 시간을 좋은 책들로 겨울 밤을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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