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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
오늘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오늘
공간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터를 겸업하고 있는 8년 차 프리랜서.
가끔은 게으르고 너무 애쓰지 않아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오늘과 내일 사이에 있지만 인생은 바라보는 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
인스타그램 @OHNLE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조금만 다른 길로 가봐도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도 좀처럼 마음 편히 그 길 위에 서질 못한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기질 탓만 하고 있는 걸 보면
스스로도 답답해 미칠 지경일 때가 있다.
지금 이 길이 맞다고도 확신 못하면서
다른 길은 더 불신에 차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낯선 길.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생각지 못한 그 길 위에서
더 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힌트를 쥐고 있을지도..
조금만 겁먹고 용기내 가도 괜찮다고.
흰 티셔츠, 남색 면바지, 아이보리 터틀넥 스웨터,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10년은 옷장이 텅텅 비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는 나의 취향으로 채우는 것.
취향이 없는 것은 내 통장과 옷장에 참으로 위험한 일이기에./p104
옷 쇼핑에 잼병인 나는 어릴적부터 엄마와도 의견 충돌이 많았다.
엄마의 센스있는 감각을 전혀 닮지 못한 나는
옷에 대해선 별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걸치기 좋은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귀여운 포인트 정도로 조금은 유치한 옷을 고르는 반면
엄마는 깔끔하고 단정하며 멋스러운 기품이 느껴지는 그런 옷을 감각적으로 잘 고른다.
영 취향에 안맞는 옷이지만 매번 엄마의 승으로
엄마가 사준 옷을 입으면서 별 다른 취향없이 그렇게 옷을 입어왔다.
부모님으로 완전한 독립을 하고 나서는
옷만큼은 결정 장애가 상당히 크다.
그런 미적인 감각이 제로인지 사는 것마다 시간이 지나면 못 입을 것처럼 쳐박혀 있으니..
그러나 양보하지 못하는 건 책 취향이다.
내 독서 취향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이다.
누가 뭐래도 내가 지키고 싶은 취향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크고 작든 상관없이 그게 나를 지켜나가는 가장 기본이니까.
기필코 책 너만은 내 취향껏 읽고 즐긴다.
난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아니 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저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괜찮지 않을까?
그냥 무엇이든 시작해보는 것만으로 멋지잖아.
하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p140-141
좋아하는 것을 용기내 해보겠다는 것에 주춤거리게 될 때
같은 고민을 담은 책들을 찾아 읽는다.
실패나 좌절은 쓴 아픔으로 오래동안 남아 있을까 싶어
주저하게 되는 이 소심함이 또 발동한다.
눈을 감고 떠올려도 그걸 해야 하겠다란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하면
해가 떠오르는 아침이 되면 해보자고 또 마음을 먹는다.
주춤거리면서도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아주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조금씩 방향을 서서히 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핸들을 확 틀어서 시원하게 방향 전환을 하면 좋겠지만
앞 뒤 좌 우 잘 살피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서서히 페달을 밟아가는 정도로만도 만족한다.
오늘 하루도 뻐근했던 다리를 손마사지로 풀면서
수고했노라 혼자서 스스로를 칭찬하지만
뭐 그럭 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낸 것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
때론 다른 방향에서 다른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푹 빠져 고민해보는 것도 내 맘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굶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작은 위로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