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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평점 :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이지아
방송작가로 15년 넘게 다른 사람의 얘기만 쓰고 살았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얘기를 하고 싶어졌는데, 하필이면 소심하고 찌질함에 관한 얘기다. 멋진 모습이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나인걸. 너무 소심해서 소심하다는 말도 못하고 살았다. 내가 소심한 걸 알게 되면 남들이 비웃거나 이용할 것 같아서 겁났고, 그렇다고 불쌍해 보이거나 지나친 배려를 받는 건 또 싫었다. 그래서 목도리도마뱀처럼 나를 부풀렸다. 센 척, 자신감 가득한 척, 당당한 척. 목도리 뒤에 감춰뒀던 소심함을 이제 글로 고백하려고 한다. 어쨌든 천생 소심한 글쟁이니까.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소심해서 손해보고 살 때가 많다.
답답한 마음이 가득한데 이 성격도 쉽게 고쳐지지 않아
이젠 제법 익숙하게 생활할만도 하지만
여전히 억울하고 여전히 자신없을 때가 많다.
가장 싫은건 자신감 없어 보일때.
안좋을 걸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가짓 수를 더 늘어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좀 좋은 면을 들여보며 사는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것 같다.
세심하고 배려심이 있으며 크게 사고칠 일이 적다.
그렇게 소심한 사람의 한 일원으로서
그들만의 세상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함께 나눠본다.
'나도 저런데... 어쩜...'
다 큰 여자가, 덩치도 산만한 여자가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20대의 발랄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예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정말 주눅이 들었다.
아마 그 옛날 내가 자전거 배우기를 포기했던 이유 역시,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르겠다. 나는 그때 평소의 소심함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했다.
그래서 용감하게 자전거에 올랐다./p47-48
자전거 타는 게 뭐라고..
나역시 아직 두발 자전거를 혼자 타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정말 타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져온다.
길을 가다가 클래식한 바구니 자전거를 타고 마실나가는 또래 여성분을 보면
시선에 한동안 머문다.
'아, 부럽다. 나도 타고 싶은데..'
왜 여지껏 이 자전거 하나 못타는 40대 중년 아줌마가 됐을까.
나또한 비틀거리며 허둥지둥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고 그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아 더 배우기를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프레임에 갇혀 살다보니 여전히 나아갈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자전거 배우기도 마찬가지이다.
남이 뭐라하든 내가 하고픈 강한 열망을 맘껏 표출해도 되는데
여전히 난 소심히 안으로 숨어든다.
'덩치가 산만한' 표현처럼 딱 걸맞는 체구의 중년 여성이
몸개그를 펼치며 자전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큰 낭패처럼 여겨지니 더더욱 자신없었다.
집 근처 자전거 가게에 내가 딱 찜해둔 우드와 민트가 조화를 이루는 빈티지한 자전거를 마음에 품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
오늘따라 두 발로 걸어가는 속도가 더 더디다.
이 브런치 세상에서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
내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내 본명 석 자조차 모른다.
그런데 내 모든 글을 다 읽은 독자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된다.
내가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고, 내 이름을 알고, 내 가족을 알지만, 진짜 나를 모르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아무것도 준 게 없는데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벅차다./p180
브런치와 사랑에 빠지면 어떤 기분일까.
아직까지 브런치에 입성하지 못했다.
나라는 존재가 또 다른 세계속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며
나를 공감하고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연결된 공간이 정말 특별해보인다.
어떤 기교가 필요하지 않은 심플한 공간 속에서
오롯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글쓰기 무대의 장.
이 곳에서 존재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깨닫게 해 준다는 건
엄청난 영감을 얻는 공간임이 틀림없다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웬지 모르게 나또한 발을 들여놓고 싶기도 하다.
소심한 이들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은
정말 벅찬 감동으로 다가와 삶의 활력과 힘이 된다.
비단 소심한 사람 외에도 모른 사람들이 그럴테지만
유독 끝사랑까지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원천은
소심 속에 숨겨진 성실과 충실한 모습이 아닐까.
소심해도 괜찮다고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누가 옆에서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내 소심함을 좀 더 밝혀도 무관할 거란 용기가 생긴다.
스몰 마인드로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소심한 나의 자존심과도 같다.
내가 가진 작은 에너지와 작은 공감,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작게나마 품을 수 있는 마음 정도로
마음 맞는 누군가와 이렇게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나를 배려할 수 있는 시간이 되서 참 감사하다.
아무쪼록 소심하게 오래도록 세심하게 좀 더 살아가보련다.
가끔 쏟구치는 열망을 풀수 있는 숨구멍을 뚫어놓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