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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 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나를 두드리는 사유
이진민 지음 / 웨일북 / 2020년 7월
평점 :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이진민
사 남매, 딸 딸 딸 아들 중 눈치 없이 셋째 딸로 태어나 책 탐 많은 아이로 자랐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맥주를 콸콸 마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만, 가끔은 이 산이 아닌가 보다 싶은 나폴레옹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다 정치철학을 만났고 이거다 싶었다. 정치사상에 깊이 발을 담그며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 멜론 장학금을 받으며, 그리하여 또 맥주를 마시며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학계의 소수를 만나는 논문보다는 일상의 다수를 만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와 엄마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움켜쥐고 살았다. 젖을 물리며 안에서 깜빡이는 아이디어들을 황급히 메모했고, 아이를 재우며 둥둥 떠오르는 문장들을 더듬더듬 적어 나갔다. 그렇게 해서, 쓰고 싶었던 첫 책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현재 독일 뮌헨 근교 시골 마을에서 두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아직도 가슴속에 쓰고 싶은 책이 다섯 권쯤 들어 있어 행복하다.
BRUNCH.CO.KR/@JINMIN111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나를 두드리는 사유
기존의 육아서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차별성이 있었다.
철학을 사유한다는 것이 엄마의 삶에서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서 느꼈다.
엄마의 바쁜 하루 일과 속에서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호흡들이
때론 너무 거친 한숨들만 들어 나를 숨막히게 할 때가 참 많았다.
그럼에도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보는 시각이 남달랐다.
끊임없는 성찰과 질문 안에서 답을 찾으려 분투하는 모습이
똑똑한 아이를 만들려하는 열정 넘치는 엄마보다도 더 멋있어 보였다.
어처면 나도 철학이 스며드는 삶을 동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이 깊어지면서
좀 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넓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은 우선 엄마에게 지우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그 대가로 준 것이라곤
고작 립 서비스 정도였던 것이다.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 아름다운 모성, 젖은 손이 애처로운 그분들.
시간이 지나 세상에 혐오의 정서가 강하게 서리면서,
이제 립 서비스는 커녕 유모차를 끌고 나와 커피 한 잔 사 마신다는 이유로 엄머달은 벌레와 동급이 되기도 한다./p94
엄마된 서러움이 이런 따가운 시선들로 맘 편하지 않다.
맘충이란 어이없는 벌레 취급이
불편이상으로 상당히 모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
집밖으로 맘껏 나가지 못하고 좁은 공간 안에서
매일 매 순간 아이와 고군분투하며 없는 체력도 끌어 써야 하는
엄마들의 민낯을 그들은 얼마나 알고 하는 소리일까.
엄마가 되고 나서 밖을 나가면 내 눈엔 아이와 엄마가 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날 처지가 비슷해 보이는 엄마들이 삼삼 오오 놀이터로 모인다.
아이들은 모르는 또래와도 금새 친해지기도 하고
어물쩍거리다가도 들어가자고 하면 손사래치며 눈치보며 가까스로 어울려 놀기도 한다.
아이의 동선을 확인하며 이웃집 엄마들과 고갯짓하며 인사를 나누며
친화력이 갑이 쪽이 먼저 말을 걸어오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엄마의 사교 활동은 아이들의 공간 안에서 함께 피어오른다.
요즘은 조금 더 공간이 확대되기도 했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가 주는 달콤함을
심신의 노곤함을 달래주는 엄청난 자양강장제가 된다는 걸 그들은 알까.
칭찬과 응원을 바라는 건 욕심이지만,
내가 주는 작은 보상에 타인의 날카로운 혀끝에 베이고 싶진 않을 뿐이다.
우리가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것은 재앙이자 축복이다.
집구석에서 내면으로 침잠할 시간, 고도고가 성찰의 시간.
여유 없이 내달려 온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지 돌아볼 소중한 기회.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지, 스스로 돌아보고 싶다./p230
바이러스의 공포가 온 세상의 시간을 멈추게 만들었다.
장보러 가는 것도 유난을 떨 정도로
일회용 장갑과 KF94 마스크를 쓰고
필요한 것만 재빠르게 담아 집으로 복귀한다.
마트에 가서 시식하고 여유있게 쇼핑하던 때가 참 그립기만 하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온걸까 생각하면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밤늦은 시간 홀로 잠에 들지 못하고 훌쩍이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도대체 행복이란 뭔지..
아이들에게 물려줄 미래가 너무 참담하다 못해 절망적이라
한동안 엄마인 나도 마음을 바로 세우지 못했다.
한창 뛰어 놀 나이에 놀이터도 어린이집도 학교도
맘 편히 다녀올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나 이 상황 속에서도 너무도 잘 버텨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조그만 몸을 꼬옥 끌어안아주며 기도한다.
그리고 엄마의 멘탈을 다잡기 위해 책을 들어 읽는다.
공존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과 행복.
모두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며 맑은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져 행복하다.
집에서 아이들과 별 일없이 밥을 지어 먹고
책을 읽고 같이 노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가고 있어 감사하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기대어 가족이라는 끈끈한 관계가
이전보다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내 작은 삶에도 이렇게 많은 물음과 생각들이
완벽히 정리되진 못해도 철학이라는 사유로
더 넓고 깊게 엄마라는 자리를 오늘도 지켜내본다.